SK하이닉스·삼성전자도 직격탄...차익실현 본격화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바이든과 트럼프 싸움에 등이 터진 반도체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반도체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대중국 규제)가 확대하고 있다. 아직까지 증권가는 반도체 성장의 모멘텀은 아직 유효하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섹터에 대한 매수의견을 유지하고 있지만 초대형 악재인건만은 분명해 보인다.
실제 미 대선을 앞두고 두 후보가 중국과 대만의 반도체 산업 때리기에 나서면서 주식시장이 '반도체 쇼크'에 빠진 모양새다. 반도체 비중이 큰 국내 증시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18일 오후 2시 30분 현재 유가증권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거래일 대비 각각 2.19%, 4.54% 하락했다. 시가총액 1, 2위가 하락하자 덩달아 코스피지수도 1.28% 하락하며 2800선을 턱걸이했다. 미국 대선 두 후보의 행보가 반도체 기업의 주가를 끌어내렸다. 블룸버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국 반도체 기업이 첨단 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계속 허용할 경우 가장 강도 높은 제재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만 TSMC 등에 지급하는 반도체 보조금을 문제삼았다. ASML의 3분기 매출 전망이 시장 예상을 하회한 점도 투심 악화에 기여했다.블룸버그통신은 바이든 정부가 해외직접생산규칙(FDPR) 조치를 미국뿐만 아니라 동맹국 제품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소프트웨어와 장비, 기술을 사용한 제품을 사실상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정책이다.
특히 규제 대상으로 거론된 기업은 네덜란드의 ASML과 일본의 도쿄일렉트론으로 모두 반도체 관련 기업이다. 두 기업은 각각 7.46%와 12.74% 폭락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공개된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 인터뷰에서 "대만이 미국 반도체 산업의 거의 100%를 빼앗았다"며 대만이 미국에 방위비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영향은 AI(인공지능)를 기반으로 한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6.82% 하락하며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쇼크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도 2.77% 빠지며 2022년 12월 이후 하루 최대 하락폭을 나타냈다.
결국 반도체주 옥석가리는 실적이 밑바탕 될 전망이다. 류영호·문소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 및 이후 IT기업의 실적 발표가 이어지면서 섹터단에서의 긍정적인 실적 영향으로 투심이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채민숙·황준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내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구간에서는 실적주 위주의 운영이 필요하다”며 2분기 이후 실적 모멘텀이 이어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비중 확대를 제안했다.
NH투자증권 조연주 연구원은 "바이든 대통령의 수위 높은 대중국 반도체 규제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언론 인터뷰가 1년 반 가까이 주식 시장을 주도했던 AI 관련 반도체 및 빅테크에 대한 차익실현을 자극했다"면서 "과거 대비 미리 시작한 대선 토론회와 트럼프 총격 사건에 따라 금융시장의 정책 민감도가 높아졌다는 점에서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염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