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 정부는 지난 18일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총력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대응방안의 성공 여부는 내용이 시장의 수요자들의 불안한 마음에 울림을 줘 ‘급하게 집을 안 사도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여러 기자들로부터 전화를 받고, 오히려 질문을 했다. “발표내용 기억이 납니까? 이제 집 안 사고 기다리면 될 것 같나요?” 답은 “아니요”였다. 왜 어렵게 만든 ‘주택시장 안정화에 총력 대응’이 불안한 시장심리에 달래지 못했을까? 먼저 발표 내용부터 살펴보자.
첫 번째는 청년·무주택 서민들을 위해 주택공급을 확실하게 늘리겠다고 한다. 3기 신도시 등을 중심으로 시세보다 크게 저렴한 아파트를 2029년까지 23만6000호를 분양하고, 금년 하반기 그린벨트를 풀어 수도권 신규택지 2만호 이상 추가 공급을 하겠다고 한다.
두 번째 도심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주택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정비사업 속도 및 사업성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해 갈등을 중재하고 PF문제로 자금난을 겪는 사업장에 유동성을 공급한다.
세 번째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 비 아파트 공급을 가속화하고, 마지막으로 가계부채 하향 안정화 기조도 강화해 9월 예정인 스트레스 DSR 2단계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한다.
지금 말한 4가지 대응방안을 보고 공감이 될까? 아마 ‘지난 10년 동안 발표된 부동산 대책과 뭐가 다르지?’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해당 부서에서 할 수 있는 방안을 정리한 대책을 위한 대책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다수의 국민들은 노래를 들을 때 ‘공기 반 소리 반’같은 기묘한 기술은 모른다. 노래를 듣고 공감한다면 웃기도 하고 눈물도 나면 그게 좋은 노래고 좋은 가수다. 정권이 출범과 동시에 270만호 공급계획을 발표한 마당에 23만6000호가 귀에 들어오겠는가? 그 시점도 2029년이라고 했다. 우리는 올해 하반기와 내년 집값이 불안하고, 내 집 마련 시점이 고민이다. 하반기 신규택지 2만호를 발굴해서 언제 분양을 하겠는가? 그냥 공허한 메아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도심 재건축·재개발 활성화와 갈등중재, PF해결 등은 지금도 서울시와 정부가 열심히 하고 있다. 이제 와서 무엇을 더 열심히 하겠다는 것인가? 오히려 지금까지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소리밖에 되지 않는다.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 비 아파트 공급을 늘리겠다고 하는데 비 아파트 공급이 안 되는 이유는 역 전세와 깡통전세로 비 아파트 전세시장 안정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7월에서 9월로 연기한 스트레스DSR 2단계는 당연히 9월에는 해야 한다. 연기한 것도 모자라 9월에도 하지 않으려 했단 말인가?
기존 대책과 동일한 패턴의 대책은 불안한 국민들 마음을 절대 달래 줄 수 없다.
다카하시 고레키요는 1927년 일본에서 발생한 금융공황을 한 달 만에 해결했다. 한 면만 인쇄한 지폐를 은행 창구에 배치하자 저축을 찾으러 온 사람들이 지급액이 풍부하다고 인식해 순식간에 위기가 끝났다. 이 사람은 문제의 핵심을 꿰뚫고 있었던 것 같다.
지금 수요자들은 지금 집을 못 사면 가격이 더 오를까 걱정되고 두려워하는데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대책이 귀에 들어올 리 만무하다. 불안한 심리로 인한 이상 집값 급등을 잡으려면 시장의 예상을 뛰어 넘으면서 전광석화 같은 작전타임으로 흐름을 끊어 주어야 한다.
3기 신도시 본 청약 물량을 모두 사전청약으로 돌리고, 1년간 서울 수도권을 규제지역으로 묶는 대신 지방 미분양을 1년 내 사면 5년간 양도세 면제와 취득세 감면을 해주겠다는 정도의 승부수를 던지는 않으면 이기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작용을 걱정해 타이밍을 놓치기 보다는 문제를 먼저 해결한 다음 부작용을 걱정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