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수 대응 차원 제품군 다양화 필요성도 확대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습도가 높은 꿉꿉한 날씨가 지속되는 가운데, 정수기와 제습기 수요는 늘어난 반면, 공기청정기 시장은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기후변화 여파로 정수기와 제습기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공기청정기는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외부 환경에 판매량 증감이 갈리는 만큼, 환경가전은 기후적인 여건이 요구된다. 결국 환경가전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다양한 제품군을 다뤄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고온다습한 기후가 형성됐다. 한국이 아열대성 기후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마도 8월 초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중국 남동부를 향해 북상 중인 태풍 ‘개미’의 영향이다. 현재 개미가 북상하면서, 장마전선도 북한 지역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개미가 소멸할 때, 강수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상대적으로 더위를 느끼는 만큼, 얼음 수요도 늘었다. 얼음 수요 증가는 정수기 판매량 변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얼음정수기는 일반 정수기보다 높은 등급의 제품으로 분류된다. 기존 정수기에서 제빙기능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얼음정수기 판매가 늘어나는 현상은 정수기 시장의 질적성장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업체들의 판매량에서도 얼음정수기의 성장이 확인됐다. 코웨이의 지난 2분기 얼음정수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다. 교원 웰스의 2분기 얼음정수기 판매량도 전년 동기보다 159%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새로운 제품 수요는 얼음정수기로 집중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얼음정수기는 늦봄부터 수요가 집중된다. 2분기 판매량이 연간 실적을 좌우한다는 뜻이다.
제습기도 환경 여건의 후례를 누리고 있다. 우선 다습한 기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말 시작된 이번 장마는 지난 22일까지 전국 평균 누적 강수량 기준 432mm를 기록해 평년 기록(286.9mm)을 웃돌았다. 지난 1973년 이후 역대 6위에 해당한다. 전국 평균 강수 일수는 17.8일로 평년(13.9일)보다 4일 가량 많았다. 수도권은 장맛비가 내린 날이 18일로 평년보다 6일 많았다.
제습기 수요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GfK에 따르면, 작년 제습기 시장은 전년보다 39% 성장했다. 올해의 경우 지난해보다 6% 가량 감소했지만, 2022년보다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대형 제품군이 매출 하락을 방어한 것으로 보인다. 20L 미만 제품의 판매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한 반면, 20L 이상 제품은 8% 성장했다.
다만, 공기청정기 시장은 여전히 침체됐다. 대기 상태가 개선된 여파로, 공기청정기에 대한 관심도 줄었다. 소비자의 관심을 유도할 방안도 부족하다. 이미 환기청정기 등 경쟁제품이 등장했고, 자체적인 신기술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대기질이 계속해서 개선될 경우 공기청정기 시장도 반등을 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환경가전은 기후 변화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을 가졌고, 고온다습한 기후의 영향으로 정수기와 제습기 판매가 늘었다”면서 “변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단일 제품군이 아닌, 타 제품군까지 영역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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