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플랫폼 불공정 정산 구조 지적…“정부의 근본적 대책·제도 개선 필요”
큐텐 자금 흐름 수사 촉구…“광고 수수료 받은 네이버·카카오도 책임감 느껴야”
매일일보 = 오시내 기자 | 티몬·위메프 사태로 위기에 놓인 피해 입점 판매자(셀러)들이 집단 행동에 나섰다. 소비자들이 결제대행업체(PG사)의 결제취소 조치로 소비자들은 일부 구제를 받고 있으나, 판매자들은 피해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들은 불공정한 정산 구조가 이번 사태를 촉발했다며, 정부의 근본적 대책 마련과 제도적 개선을 촉구했다.
29일 티몬·위메프 사태로 피해를 입은 판매자들이 서울 참여연대에 모여 구제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피해 판매자들은 이커머스 플랫폼의 불공정한 정산 구조를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한다.
방기홍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회장은 “티몬과 위메프 정산은 길게 100일까지도 걸린다. 우리 같은 중소 자영업자에게 100일치 자금은 회사의 기로를 결정할 만큼 큰 매출”이라며 “소비자에 대한 구제는 이뤄지고 있으나 생업을 잃은 판매자에 대한 별다른 구제는 나오지 않고 있다. 입점 업체가 부도를 맞는다면 그들에게 제품을 공급하던 제조업자들도 연쇄적으로 무너진다. 나라 경제 자체가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2021년 머지 사태 때 온라인 플랫폼 정산의 문제점이 드러난 바 있다. 그런데 아직도 근본적 대책이나 제도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기에 이번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며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예견된 사태였다”고 말했다.
판매자들은 짧은 대금 정산 기간을 제도화해 온라인 플랫폼들이 입점 업체들에게 지급해야 할 자금을 다른 용도로 운용할 수 없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플랫폼이 정산 자금을 공공기관, 은행 등에 예치하는 제도도 법제화해 판매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도 요구한다. 김대형 중랑시장상인회 회장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오프라인 시장이 축소되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했다. 당시 서울시에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전통시장상인을 위메프에 입점시켰다”면서 “올해 4월 회계감사에서 위메프가 지속가능하지 않은 회사라는 게 알려졌음에도 소상공인을 위한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 자리에서 당일 아침 위메프가 발송한 광고비 충전 문자를 공개하기도 했다. ·위메프는 지난 2019년부터 입점 판매자들로부터 광고비를 받아왔다. 그는 “이 사태가 벌어진 와중에 위메프는 광고비 납부 문자를 보냈다”면서 “이렇게나 제도와 시스템이 미비한 상황에서 어떻게 정부와 플랫폼을 믿고 소비자와 거래할 수 있겠나”고 말했다.
김홍민 한국통신판매사업자협회 회장도 같은 의견을 내놨다. 그는 “이번 사태의 원인은 국가에도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산하 기관인 중소기업유통센터,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은 온라인 판매를 지원하며 소상공인의 플랫폼 입점을 권유했다. 물론 정부의 이런 정책은 소상공인을 위한 대책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좋은 대책도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큐텐이 자본잠식상태인 티몬·위메프를 통해 M&A 자금을 마련했다는 의혹에 대한 철저한 당국의 수사도 요구했다. 티몬이 현금 확보를 위해 위험성을 알고도 티몬캐시를 발행한 건 아닌지도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티몬은 사태 발생 몇 달 전부터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티몬캐시를 10% 할인된 가격에 판매했다. 김 회장은 티몬캐시가 정산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편법일 수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네이버·카카오 역시 이번 사태에서 일정부분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그간 티몬·위메프는 입점 상품들을 네이버·카카오 등에서 광고했다. 네이버의 경우 노출에 따라 3%의 수수료도 챙겼다. 판매자들은 하나로 연결된 온라인 플랫폼들이 다 함께 이번 사태 진압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보용 안앤락 대표는 “구 대표가 오늘 입장문을 통해 판매자에게 회사 상황을 공개하지 못하는 점을 이해해 달라며 간곡한 협조를 부탁했다”면서 “우리가 간곡히 부탁하고 싶다. 시스템 안정화라는 핑계로 시간을 끌기 보다는 판매자에게 정당한 자금을 정확하게 입금하길 협조 부탁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