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 전문의 및 PA간호사 중심으로 전공의 의존도 축소 작업 착수
醫 “의대증원-전공의 의존도 축소는 모순”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사직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에 복귀하지 않으면서, 정부와 정치권이 전문의 및 PA간호사가 주축이 되는 보건의료체계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의료계는 이런 움직임에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하면서, 정부가 전공의들의 복귀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비판했다.
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5시 마감된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104명이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 모집은 9월 수련을 시작하는 인턴, 레지던트 등을 대상으로 진행된 것으로, 전국 수련병원 126곳이 참여해 총 7645명의 전공의를 모집하기로 예정됐다.
구체적으로 인턴 2525명, 1년차 레지던트 1446명, 상급년차(2∼4년차) 레지던트 3674명을 뽑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복지부가 마감까지 각 의료기관으로부터 받은 지원서를 확인한 결과, 전체 모집 인원 중 고작 1.4%만 지원해 하반기 ‘전공의 공백’이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04명의 전체 지원자 중 인턴은 13명, 레지던트는 91명으로 나타났다. 일명 '빅5'로 불리는 서울 주요 상급종합병원 하반기 수련 지원자는 45명이다. 이는 전체의 43.4%를 차지하며 그나마 저조한 지원자들마저도 주요 병원에만 집중된 셈이다. 복지부는 전공의들의 수련 복귀 기회를 최대한 부여하기 위해 8월 중 추가 모집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상세한 일정은 8월 초에 공고할 예정이다.
당초 하반지 전공의 모집률이 저조할 것이란 사실은 정부와 의료계 모두 인식했던 문제다. 이미 정부 및 정치권은 의료현장 내 전공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을 통해 과도한 전공의 의존을 줄이고, 양질의 수련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개혁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이 본래 기능에 맞게 중증·응급·희귀질환의 진료비중을 높이고, 일반병상은 적정 수준으로 조정해나갈 계획이다.
그 중 정부와 정치권이 공통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는 현재 시범사업으로 운영 중인 PA(진료지원)간호사 제도의 법제화다. 복지부는 전공의의 공백으로 빚어진 의료공백 해소를 위해 지난 3월부터 간호사에게 응급환자 심폐소생술, 응급 약물 투여 등 의사 업무 일부를 할 수 있도록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 지침’을 공개했다.
최근 정경실 의료개혁추진단장은 "전공의에게 의존하던 상급종합병원의 인력 구조를 전문의와 PA 간호사, 여러 의료기관의 인력이 협업하는 형식으로 혁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지난해 대통령 거부권을 통과되지 못한 ‘간호법’을 재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야당은 간호법과 현행 PA간호사 시범사업의 내용이 유사하므로, 이를 법제화시키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의료계는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의대증원 취지와 상충되는 모순이라 지적하며, 현실 가능성이 낮다고 비판한다. 애초에 의사 수를 늘리기 위해 의대 정원을 확대했는데, 전공의의 역할을 축소하는게 앞뒤가 안맞는다는 의견이다.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 전국의과대학 교수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의대생들은 2학기에도 학교로 돌아올 의사를 보이지 않았으며, 올해 9월부터 시행되는 의사국가고시에 고작 364명(11.4%)만 응시했다. 전공의들도 아직 복귀하지 않았으며, 9월 모집에도 거의 지원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방 수련병원뿐만 아니라 서울지역 수련병원들도 도산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여러 의료기관의 인력이 협업하는 형식’으로 방향을 정했지만, 전공의 부족으로 결국 병원이 문을 닫게 되면 그 기회 가체가 없어질 수 있단 설명이다.
정부가 강조한 ‘전문의 중심 체제’에도 허점이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S대 병원 교수는 “전공의를 거쳐야 전문의가 되는 건데, 당장은 그렇다 쳐도 전공의가 없는 상태로 언제까지 그런 체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베테랑 진료지원 간호사는 분명 일부 신입 의사보다 나은 역량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환자 입장에선 진료를 의사가 하느냐 간호사가 하느냐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며 “의사와의 기싸움에 지기 싫어 환자들을 시험대에 올리는 것과 다름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