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출 청년 중 약 절반이 수도권에 유입…정주여건 개선 필요
매일일보 = 오시내 기자 | 일자리를 찾아 지역을 떠나 수도권에 정착하는 청년이 늘면서, 지역 소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 소재 기업들이 지방으로 이전하도록 조세 혜택과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청년들이 정주할 인프라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큰 효과를 보긴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6일 통계청이 지역별 기업체 수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 소재 기업은 전체 중 20.83%로 약 228만개사, 경기도는 26.67%로 약 292만개사다. 이 둘을 합하면 절반에 가까운 기업이 수도권에 자리한다. 비수도권 지역 중 기업이 가장 많은 곳은 부산으로, 약 65만개사가 소재하며 이는 전체 중 5.98%에 해당한다.
첨단기업의 수도권 집중도 심각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첨단기업의 25.2%는 서울에, 23.5%는 경기도에, 22.6%는 인천에 자리한다.
청년층의 수도권 유입은 일자리에 영향을 받는 모습을 보인다. 비수도권에서 타 지역으로 전출하는 인구 중 청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50%, 지난해 51.8%로 절반 이상을 유지한다. 이중 수도권으로 전입한 비중은 2015년 43.9%에서 지난해 47%로 늘었다.
정부는 청년층의 수도권 과밀과 이에 따른 지방소멸 확산을 줄이기 위해 2004년부터 ‘지역투자촉진보조금사업’을 운영 중이다. 지역투자촉진보조금사업은 지자체의 기업 유치 수단으로, 수도권 기업이 지방 이전 하거나 지방에 신·증설 투자를 하는 경우 투자 및 신규 고용 규모에 비례해 보조금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같은 해인 2004년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지방으로 이전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입지 및 설비보조금 지원한다. 지난해부터는 지역일자리 창출효과가 큰 지식서비스산업 기업에 대한 지원 확대도 시작됐다.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사업이 시작된 후 지난해까지 정부 및 지자체는 총 1493개 기업에 2조3482억원의 국비 보조금을 지원했다. 그 결과 32조원의 민간투자가 견인되고 7만5000개의 지역 신규 일자리가 창출됐다. 지난해에만 총 55개 지방투자기업에 2051억원의 지방투자촉진보조금이 지원됐으며, 총 2조7000억원의 지방 투자와 3260여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됐다.
기업의 비수도권 지역 이전 등을 위해선 정부 및 지자체의 지원책 외에도 노동 여건과 인프라 개선이 동반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2030 청년들의 문화적 욕구와 교통 접근성 등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각 지역사회가 양질의 사회문화 시설과 안정적 소득을 갖춰야 한다.
노동 여건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는 사내 복지 프로그램 강화와 복리후생 개선 등이 있다. 더 나은 임금을 위해서는 지자체의 고용보조금 지급을 확대할 필요도 있다. 생산 공정의 자동화와 최신 기술 도입을 통한 근로 조건을 개선하고 노동 집약적 구조를 줄이는 방안도 필요하다. 특히, 이와 같은 조치는 현장에 바로 투입 가능한 경력직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지역 인프라 확보를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부족한 병의원, 교육 인프라, 문화 시설 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 이 같은 인프라가 단기간에 조성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인근 도시와 연결 가능한 교통 인프라가 조성돼야 한다.
직장을 위해 서울로 전입한 한 청년은 “고향은 일자리가 없어 서울에 오게 됐는데, 양질의 일자리만 있다면 다시 돌아갈 의향이 있다”면서 “서울만큼은 아니어도 직장인이 누릴 수 있는 교육 및 문화 시설 인프라가 조성된다면 지역을 떠나는 청년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지방으로 전입한 한 청년은 “지역 자체의 인프라가 부족해 적응을 못하고 있다”면서 “직장에서 동아리 활동 등을 복지로 지원해주고 있긴 하지만, 청년이 살기 좋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교통, 교육, 문화, 병원 인프라가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