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부담 등으로 노사 간 의견 차이도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정년연장 요구가 늘어난 가운데, 청년들의 일자리 보장을 위해 연령별 일자리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산업 변화에 맞춰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직무교육 강화 필요성도 제기된다.
6일 통계청의 ‘2023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내국인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949만7000명이다. 전년 대비 5.0%(45만1000명) 증가했다. 통상적으로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분류된다. 한국은 내년이면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고령화사회로의 진입이 가속되며 정년연장 논의도 지속 제기되는 실정이다. 정년퇴직한 노동자들이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선 최소한의 생활유지비가 필요해서다. 다만 정년연장에 대해선 노사 간 의견차이가 있다. 경영계는 인건비 부담 등을 이유로 들며 반대하고, 노동계는 일할 권리의 보장과 고령자의 소득 창출을 위해 정년연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인구구조 변화와 인공지능(AI) 도입 등에 발맞춰 노동관련 제도를 적극 손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노동연구원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달 15일 공동 개최한 ‘인구구조 변화, 다가오는 AI시대의 새로운 노동 패러다임 모색’에서 제시된 의견이다.
한요셉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초고령사회와 노동시장’ 발제에서 “초고령사회에 적합한 유연하고 안정적인 노동시장으로의 이행을 위한 구조적 변화를 추진할 필요성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현 노동시장 구조에서 정년만 강제적으로 연장하면 향후 인력난에 대응하기보다는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우려다. 정규직에 대한 강한 고용보호는 전반적인 정규직 채용수요를 감소시켜 구직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실제 60세 최소정년 도입 사례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정년연장 대상자의 근로기간 연장 효과는 주로 대기업을 중심으로 관찰됐다. 고령층 일부(여성·임시직) 및 청년층 고용의 감소 등의 부작용이 함께 나타난다. 정년연장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효과가 일부에서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년연장이 한정된 일자리 청년층 채용을 좁아지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세대 간 갈등 위험성도 있다. 최근 중국 지도부가 정년 연장 계획을 내놓자 청년층이 거세게 반발한 것이 단적인 예다. 일자리 균형을 유지할 효과적인 방안을 논의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산업구조 변화와 함께 업무 방식 역시 변화하면서 고연령대 노동자들이 여기에 적응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장년층이 바뀐 업무에 적응하고, 은퇴한 후 새로운 일자리에 취업하기 위해선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니어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