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의료기기, 시장 규모만 ‘선진국’… 상위 100대 기업엔 이름도 못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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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의료기기, 시장 규모만 ‘선진국’… 상위 100대 기업엔 이름도 못 올려
  • 이용 기자
  • 승인 2024.08.1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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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의료기기 시장 규모, ‘세계 9위’… 최근 5년간 8% 성장
상위 10개 기업 매출액, 전체 44.9%… 국내사 100위안에도 없어
엔데믹 이후 히트 상품 부재… 혁신의료기기 개발 집중해야
의료기기 제조 기업 중 10억원 미만의 생산 실적을 보유한 기업은 전체의 약 80%(3345개소)다. 사진=픽사베이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한국 의료기기 시장 규모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세계 10위권 내에 진입했지만, 정작 글로벌 상위 100대 기업 중 우리 기업은 한 곳도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국내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선진국 대비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상위 10개국 내에 진입했다.

진흥원이 최근 발표한 ‘제1차 의료기기산업 실태조사 및 2023년 시장동향 분석’을 살펴보면,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5.5% 수준으로 성장해 2022년 기준 4871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2020년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약 1.4% 성장하는데 그쳤으나, 2021년 이후 시장 규모는 점차 회복되는 양상을 보였다.

그 중에서도 한국은 8%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내면서 전체 국가 중 9위를 차지했다. 시장 1위는 제약-바이오-의료기기 업계 최정상인 미국이며, 이어 독일(2위), 중국(3위), 일본(4위), 프랑스(5위), 영국(6위), 이탈리아(7위), 캐나다(8위) 순이다. 중국을 제외하면 한국보다 보건의료 산업의 역사가 100년 앞서 있는 선진국이다. 한국이 산업 후발주자에다 중국보다 인구가 적은 점을 감안하면, 최근 5년 사이에 폭발적인 성장을 이룬 것이다.

특히 글로벌 상위 10개 국가의 시장 규모는 전체 시장의 약 78.5%를 차지한다. 관련 시장에서 46.2% 비중을 차지한 미국을 제외하면, 그 외 국가들은 10% 미만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최근 5년간 글로벌 상위 10개 국가 시장 성장률은 5% 정도인 반면, 한국은 8%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했다.

다만 시장 규모가 크게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상위 100대 기업 중 우리 기업이 하나도 포함되지 않은 점은 문제로 지목된다. 상위 100대 기업의 매출액은 2022년 기준 4407억3000만달러며, 이 중 상위 10개 기업의 매출액은 전체 44.9%를 차지한다. 100대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기업은 시장 지분을 논할 수준이 못 된단 의미다.

제약업계의 경우, 이미 2014년에 GC녹십자, 대웅제약, 유한양행, 한미약품이 글로벌 100대 기업에 포함된 바 있다. 글로벌 의약품 CDMO(위탁개발생산) 산업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해 매출 4위를 기록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세계 정상급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의료기기 업체 중에선 인상적인 실적을 거둔 기업은 없는 셈이다.

업계는 국내 의료기기 시장의 폭풍 성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체외진단의료기기 수요 확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 국내 의료기기업계는 코로나19 확산 시점에서 시장 수요에 맞는 제품을 신속히 개발함으로서 체외진단의료기기 산업의 성장에 기여했다. 2018년 국내 의료기기 생산·수출 상위 품목은 치과용임플란트와 초음파영상진단장치 등이었으나, 2022년에는 고위험성감염체면역검사시약과 유전자검사진단시약으로 변경됐다.

당시 일부 국내 체외진단 분야 기업의 매출액이 급격히 증가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해당 기업들은 엔데믹 이후의 차세대 수익원을 마련하지 못했고, 진단기기 외 다른 분야 의료기기 제조사는 시장에서 소외돼 영세 규모로 남았다.

실제 국내 의료기기기업계 대부분은 연간 10억원 미만의 제조·수입실적을 내는 영세 산업에 머물렀다. 2022년 기준 의료기기 제조 기업 중 10억원 미만의 생산 실적을 보유한 기업은 전체의 약 80%(3345개소)다. 팬데믹이 종료된 현재,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에 통용될 ‘히트 상품’을 가진 기업이 국내엔 없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감염병 유행과 관계없이 수요가 보장되는 국내형 ‘혁신 의료기기’ 개발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는 주요 선진국에 비해 혁신 의료기기 제품 수는 물론, 개발 업체도 현저히 적은 편이다. 미국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517건의 제품을 혁신의료기기로 지정했으며, FDA의 최종 승인을 받은 제품은 67건이다. 중국은 동기간 199건의 제품 지정, NMPA 최종 승인 제품은 151건이다. 반면 한국은 48건의 제품을 지정했고, 식약처의 최종 승인을 받은 제품은 22건이다.

진흥원 관계자는 “글로벌 주요 국가는 기존 기술 개선, 성능 향상 등 혁신 기술에 대한 별도 관리 트랙인 ‘혁신의료기기 지정 제도’를 운영한다. 이를 통해 혁신의료기기를 지정하고, 우선 심사 및 심사 과정 중 의료기기 관리부서와의 소통 지원 등 혁신기술과 제품의 신속한 시장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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