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휴’ 자유로운 노동구조 만들어야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중소기업의 고질적인 인력난 해결을 위해 현장에 즉각 반영이 가능한 저출산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13일 고용노동부 고용행정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육아휴직급여 초회 수급자는 6만9631명으로, 전년 대비 3.2% 증가했다. 특히 남성 육아휴직자는 2만2460명으로 15.7% 늘었다. 이는 올해 부모 동반 육아휴직 급여가 확대된 데 따른 결과다.
다만 기업규모별 차이는 뚜렷하다. 근로자 1000명 이상 대기업의 남성 육아휴직 비율은 43.5%인 반면, 100인 미만 중소기업은 22.7%에 불과하다.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중소기업 재직자들이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인력이 부족한 만큼 육아휴직자의 빈자리를 채울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달 15일 열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중소기업계 간담회’에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대체인력 채용 인건비 지급을 늘리고 대체인력을 적기에 충원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중소기업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중소기업계는 일·가정 양립을 위한 조건으로 △육아휴직자를 대체할 인력 확보 지원 △육아휴직자 업무를 분담한 동료 직원에 대한 지원금 확대 등을 제안했다.
가사와 육아 부담으로 출산 여성의 절반이 일을 그만두는 현상도 지적됐다. 김민섭 한국개발연구원 부연구위원의 ‘일-가정 양립을 위한 근로환경’ 보고서에 따르면,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은 성별 소득 격차를 심화시키고, 이는 출산과 육아의 주요 기회비용으로 작용한다.
보고서는 “근본적으로는 출산·육아기의 근로자뿐만 아니라 모든 근로자가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노동시장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며 “고용 측면의 육아지원정책은 주로 출산전후 휴가, 육아휴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나, 이러한 제도의 실제 이용률은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출산·육아기 근로자들이 법적으로 보장된 휴가를 정당하게 사용할 수 있는 근로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중소기업 인사담당자 A씨는 “법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는 있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빈자리를 대체할 인력을 뽑아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인력 확보 지원이나 재정적 지원이 있다면 육아휴직 사용자도 늘어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인력난 해소를 위해선 외국인 근로자 도입 등 임시방편뿐만 아니라 저출산 등 근본적인 원인 해결에도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