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정부가 한국 광복절이자 일본 패전일인 15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등 주요 정계 인사들이 2차 세계대전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봉납·참배 등을 진행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논평을 통해 "정부는 일본의 과거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쟁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급 인사들이 또다시 공물료를 봉납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며 "이는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발전의 중요한 토대"라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지난 2021년 기시다 총리 취임 이후 매년 일본 각료들의 야스쿠니 참배를 비판하는 논평을 내왔으나,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발전의 중요한 토대'를 강조하는 대목이 추가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전 도쿄 지요다구의 야스쿠니신사에 대금을 봉납했고, 기하라 미노루 방위상, 신도 요시타카 경제재생담당상 등은 직접 야스쿠니신사를 찾아 참배했다.
외교부는 이날 오전 김상훈 아시아태평양국장이 미바에 다이스케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해 엄중히 항의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매년 2월 다케시마(독도의 일본 주장 명칭)의 날 행사, 3월 교과서 검정, 4월 야스쿠니 춘계 예대제, 5월 외교청서, 7월 방위백서, 8월 야스쿠니 참배 등으로 한국에 영토·과거사 도발을 반복하고 있다.
도쿄에 위치한 야스쿠니 신사에는 메이지 유신 이후 일어난 내전 및 국가 간 전쟁에서 숨진 약 246만6000명의 위패가 안치돼 있다.
그러나 이 중 90%에 가까운 약 213만3000여 명이 일본이 일으킨 태평양전쟁에서 숨진 이들이라는 점에서, 야스쿠니 신사는 단순히 선열 추모 시설이 아닌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야스쿠니 신사에는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을 포함한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 14명 역시 포함돼 있다. 또 신사에는 한국 강제동원 피해자 2만여 명도 함께 합사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