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김성지 기자  |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선친의 '차명 유산'을 둘러싼 누나 이재훈씨와의 소송 2심에서 승소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6-3부(이경훈 김제욱 강경표 부장판사)는 이 전 회장이 이재훈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누나가 153억5천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이 전 회장 몫으로 인정된 돈은 1심 때보다 대폭 줄었다. 1심은 이재훈씨가 이 전 회장에게 400억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해당 분쟁의 발단은 선친인 이임용 선대 회장의 유언의 내용이다. 딸들을 제외하고 아내와 아들들에게만 재산을 주되, 나머지 재산이 있으면 유언집행자인 이기화 전 회장 뜻에 따라 처리하라고 유언을 남겼다. 당시 특정되지 않았던 '나머지 재산'은 이 선대회장이 차명으로 갖고 있던 주식과 채권이으로, 태광그룹의 자금 관리인은 2010년 10월 차명 채권을 이재훈씨에게 전달한 뒤 2012년 반환하라고 요청했으나 이재훈씨는 응하지 않았다. 이 전 회장은 2020년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그는 자신이 이 채권을 단독 상속한 후 자금 관리인을 통해 이재훈씨에게 잠시 맡긴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이재훈씨는 유언 내용이 무효라고 맞섰다. 1심은 "선대회장 유언 중 '나머지 재산'에 관한 부분은 유언의 일신 전속성(타인에게 양도하지 못하는 속성)에 반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유언에는 그룹 경영권을 이 전 회장에게 양도한다는 내용도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그가 차명 재산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고 짚었다. 이기화 전 회장이 차명 재산을 이 전 회장에게 넘기도록 한 게 유언의 취지라고 봤다. 다만 이재훈씨가 보유한 채권의 규모로는 금융거래내역 등을 통해 명확하게 입증된 153억5000만원만 인정하며, 반환할 돈도 이에 한정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