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최근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전기차 포비아(공포) 현상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이에 전기차 제조사는 대외비로 통했던 배터리 제조사까지 속속 공개하며 소비자 불안을 낮추는 데 진력하고 있다. 전기차업계는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다 포비아까지 일며 이중고에 처한 실정이다.
전기차 보급은 '탄소중립'이란 대명제 앞에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각국 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사안이다. 탄소중립 전략에 전기차 보급이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얘기다.
내연기관차 대비 화재 발생률이 높은 것도 아닌데 전기차 그 자체로 '죄악시'되거나 과도한 공포로 물드는 건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국토교통부와 소방청 통계를 보면 지난해 차량 등록 대수 1만대당 화재 건수는 내연기관차가 1.47건이고, 전기차는 1.32건으로 더 적었다.
극심한 공포의 근원을 따져보면 지하주차장 화재의 취약성에 있다. 이번 인천 화재 사고가 보여주듯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가운데 스프링클러 미작동 등 복합 위험 요소를 안고 있다. 인천 전기차 화재는 8시간 20분이 지나서야 진화됐고, 이로 인해 지하주차장 내 차량 72대가 전소됐다. 관련 피해 금액은 1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아파트가 전체 주거의 70%가량 차지하는 등 공동주택 거주 비율이 상당히 높다. 대형 지하주차장 비중과 이로 인한 화재 취약성이 덩달아 높아지는 구조다. 인천 전기차 화재 역시 14개동 1581가구의 대단지 아파트였다.
이에 다수의 전문가는 인천 전기차 화재 사고뿐 아니라 2021년 천안 주상복합 지하주차장 화재 등 재앙 수준의 대규모 화재 사고를 막으려면 거주 특수성에 기반한 정교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형 지하주차장은 전기차 화재뿐만 아니라 각종 화재나 침수 등에 모두 취약하다는 점을 역설하면서다. 실제 차량 666대가 피해를 본 천안 지하주차장 화재 사고는 전기차 화재가 아니라 LPG 가스통 폭발이 원인이었다.
물론 늦게나마 전기차 충전율과 충전 시간 제한, 전기차 충전소 지상 설치 유도 등 각종 대책이 거론되고 있는 건 긍정적이다. 다만 발표를 위한 발표, 동족방뇨(凍足放尿)식 대책이 아니라 지하주차장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종합적인 안전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스프링클러 미작동에 대한 처벌 강화도 필요하다고 본다. 또 필요하다면 지하주차장 설계단계부터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고 반영해야 한다.
어쩌면 인천 전기차 화재는 잇따른 재난급의 지하주차장 사고에도 안일하게 대처했던 과오가 불러온 값비싼 수업료이자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문제에 경종을 울리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좌우명 : 내일 지구가 멸망할지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