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 철회' 부정 여론 다수…논란 지속 전망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인선을 놓고 정치권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야당은 최근 역사관 논란이 불거진 김 관장 임명 철회를 촉구하는 한편, 친일 찬양자에 대한 공직 금지 법제화에 나섰다.
반면 정부는 김 관장 임명에 대립각을 세우는 광복회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이번 임명과 관련해 부정 여론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역사학계와 여당 내부에서도 이견이 감지되는 만큼 해당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관장 임명 논란이 여야는 물론, 독립운동 단체 등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국가보훈부가 광복회를 감사하는 것에 대해 "대통령의 역사관을 지적하는 것이 정치 중립 위반인가"라며 "광복절을 앞두고 친일 인사를 독립기념관장으로 임명해 광복절 기념식을 갈라지게 만든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밝혀내야 하는 것은 친일 인사를 독립기념관장에 임명한 대통령의 역사관이다. 친일 논란을 일으킨 정부가 독립 정신을 지키려 한 이들을 조사하겠다니 적반하장의 극치"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하루 빨리 잘못된 인사와 친일 편향의 국정 기조를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훈부는 지난 20일 광복회가 주최한 광복절 기념식과 관련해 "단독으로 진행된 행사가 정부 탄핵 및 대통령 퇴진 성격으로 변질된 데 대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광복회는 정부로부터 연간 32억원을 지원받는 보훈부 산하 독립 관련 유일 공법단체다. 국가유공자법에 따라 공법단체인 광복회 정관 제10조 조항은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 또는 반대하는 등 '일체의 정치 활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광복회 등 37개 단체가 모인 독립운동단체연합과 25개 독립운동가 선양 단체로 구성된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회장 함세웅)은 '친일 뉴라이트' 논란을 일으킨 김 관장 임명에 항의하기 위해 별도 기념식을 개최한 바 있다. 당시 행사에서 축사를 맡은 김갑년 광복회 독립영웅아카데미 단장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친일 편향의 국정 기조를 내려놓고 국민을 위해 옳은 길을 선택하라"고 발언했다.
정부의 임명 강행에 야당은 친일 행위자 관련 법안 추진을 반격 카드로 내세운 상황이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보훈부가 광복회 조사 사실을 발표한 지난 20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일제 식민 지배를 미화하거나 친일 반민족행위를 찬양·고무한 사람은 공직을 맡거나 공공기관에 진출하지 못하도록 법제화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민주당은 관련 내용을 담은 법안을 당론화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독립기념관장 인선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다수인 만큼 윤 대통령이 임명 철회에 응하지 않는 한 여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17~19일 전국 18살 이상 10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철회 검토 필요성' 질문에 응답자의 68.8%가 임명을 철회하거나 철회를 검토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유선 전화면접(10.0%), 무선 ARS(90.0%)를 병행해 진행됐다. 응답률은 2.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다.
여당에서도 임명 철회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광복절인 지난 15일 김 관장 임명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 철회를 하는 게 맞다"고 언급했다. 여당 내에서 윤 대통령의 김 관장 임명에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온 건 처음이다. 같은 당 이상민 전 의원 역시 지난 13일 김 관장 임명 논란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 철회) 결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