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욱제 사장 “이번 승인이 종착점이 아닌 하나의 통과점
차세대 렉라자 개발에 집중… 내년 이후 12개 이상 파이프라인 확보 예상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가 국산 항암제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데 가운데, 글로벌 사회에서 인정받는 ‘차세대 렉라자’ 개발 의지를 내비쳤다.
유한양행은 2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FDA 승인 이후 유한양행의 경영방향’이란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조욱제 유한양행 사장은 “이번 승인이 종착점이 아닌 하나의 통과점이 돼 R&D투자를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혁신신약 출시와 함께 유한양행의 글로벌 톱 50 달성을 위한 초석이 됐으면 한다”는 포부를 전했다.
렉라자는 EGFR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1차 치료, 2차 치료 모두 임상시험을 통해 대조군 대비 우수한 항종양 효과를 보였고, 기존 1-2세대 표적치료제의 미충족 수요였던 ‘뇌전이에 대해 우수한 항종양 효과’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시장의 정점이자, 규제 장벽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미국 FDA의 승인을 받은 만큼, 향후 미국 외 국가에서도 렉라자가 관련 질병 치료제로 허가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국가신약개발사업단 등 국내 제약업계는 렉라자가 국내에서 개발한 항암신약 중 최초로 FDA 관문을 통과한 데 찬사를 보내며,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역사적인 쾌거라 평가했다.
유한양행은 이번 성과에 그치지 않고 렉라자급의 블록버스터 의약품을 지속적으로 연구개발하겠단 의지를 밝혔다. 김열홍 R&D 총괄사장은 “유한양행은 이미 매출 20%를 이미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며 “제 2, 3의 렉라자 개발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렉라자의 연구개발, 약물 인허가 등록, 의약품 상업화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보다 수월하게 ‘차세대 렉라자’를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목표라고 부연했다.
김 총괄사장은 3개 주력 질환 분야에 집중할 것이라 전했는데, 우선 △표적치료제, 면역항암제 등 항암 분야 △심혈관, 신장, 대사질환 △면역염증질환 등이다. 해당 분야의 전주기 신약개발과 생산·상업화에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오세웅 부사장은 “현재 8개 임상 파이프라인을 진행 중이며, 내년 이후엔 12개 이상의 파이프라인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질환에 대응할 수 있는 치료제 연구개발이 여럿 진행되는 만큼, 이후에도 ‘차세대 렉라자’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이영미 R&BD본부 부사장은 렉라자의 FDA 승인 성과에 대해 “글로벌 진출의 첫 걸음”이라 말했다. 과거 복제약 제조 등 내부 역량으로만 운영되던 국내 제약 시장에서, 유한양행은 외부 혁신 아이디어를 적극 도입해 혁신 가치 창출에 노력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또 국내외의 경계를 허물고 글로벌 무대에 나아가 환자를 위하는 것을 첫번째 목표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렉라자가 거둔 인상적인 성과 중 하나는, 한국형 오픈이노베이션의 성공적인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렉라자는 유한양행이 2015년 바이오회사인 오스코텍으로부터 전임상물질을 도입해 개발한 신약이다. 국내 벤처기업이 개발한 치료 후보 물질을 대형 제약사가 도입한 후, 정부 지원을 통해 그 가치를 제고해 FDA의 승인까지 이뤘다.
의료계에선 환자들의 선택지가 넓어졌단 점을 높게 평가한다. 렉라자 출시 전에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가 관련 질병 치료에 주로 활용됐다. 렉라자의 등장으로 안전한 의약품의 선택지가 늘어난 데다가 타그리소의 시장 독점을 방지할 수 있어 향후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김열홍 R&D 총괄사장은 "대형 제약사의 적극적인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벤처 스타트업과 동반 성장이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돼야 한다"며 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