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민주당 정치 게임…여권 분열 포석"
매일일보 = 조현정 기자 |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권이 일제히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겨냥해 '제3자 추천 방식'의 채 상병 특검법 발의를 압박하고 나섰다.
이에 한 대표는 "따라갈 이유가 없다"고 거부하는 동시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가 먼저"라는 당 내 의견에 동조하며 입장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이 한 대표에게 채 상병 특검법을 발의하라고 촉구한 시한"이라며 "당 대표로 취임한 지 한 달이 넘었는데 시간이 부족했다거나 10명의 국회의원을 구하지 못해 법안 발의를 못했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야당은 그동안 한 대표에게 이날을 특검법 발의 시한으로 못 박으며 연일 공세를 이어왔다.
박 원내대표는 "집권 여당 대표가 그 정도 능력조차 없는 '바지 사장'은 아닐 것"이라며 "계속 시간을 끈다면 진정성만 의심받게 될 뿐이다. 한 대표는 국민께 대놓고 허언을 한 것이 아니라면 오늘 중에 말이 아니라 법안으로 보여주시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혁신당도 한 대표를 향한 민주당의 공세에 힘을 실었다. 황운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대표가) 채 상병 특검법을 발의해 국민이 갖고 계신 의구심을 풀어드리겠다고 나름의 승부수를 던지더니, 야당이 제시한 특검법 발의 시한인 오늘까지도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며 "도대체 어디에서 숨죽이고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당 대표 선거에서 국민에게 그럴듯하게 보이려고 던져본 꼼수였는데 이렇게 제 발등 찍는 것인 줄 몰랐다고 솔직한 고백이라도 하는 것이 그나마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라고 비꼬았다.
반면 한 대표는 이날까지 특검법을 발의하라는 야권의 압박에 "따라갈 필요가 없다"고 거부했다. 한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정치 게임으로 여권 분열 포석을 둔 건데 내가 따라갈 것은 아니다"며 "정 급하면 자기들이 대법원장 특검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맞받았다.
여기에 더 나아가 공수처 수사 결과를 보고 특검을 추진해야 한다는 당 내 의견에 동조하는 듯한 발언을 하며 기존 입장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그것과 별개로 저는 (제3자 추천 방식 특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당 내 이견을 좁히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공수처 수사 결과를 보고 특검을 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도 완전히 틀린 생각은 아니다"며 "원칙적으로 특검은 수사가 진행된 이후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 대표는 지난 6월 23일 당 대표 출마 회견에서 "차기 대표가 되면 공수처 수사 종결 여부와 무관하게 제3자가 공정하게 특검을 고르는 내용의 채 상병 특검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