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이 불거진 데 따라 관행적 연임에 문제 의식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제도적으로 접근할 필요성이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우리금융 현 경영진에 대한 책임론을 꺼내 들면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 연임이 순탄하지 않을 전망이다.

27일 정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기본적으로 주주나 자율적으로 할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지 들여다 보겠다”고 밝혔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인없는 회사에 관행처럼 회장이 장기집권하며 연임이 필수, 3연임은 선택이란 말이 있다. 금융지주 회장을 뽑는 지배구조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의에 대한 답변이다.

이는 최근 문제가 불거진 우리금융 부당대출 건과 관련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법인이나 개인사업자에 최근 4년간 616억원 상당을 대출해 준 것으로 나타났다. 350억원은 통상의 기준·절차를 따지지 않은 부적정 대출이고, 269억원에 대해 부실이 발생했거나 연체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우리금융 측은 이 사실을 인지하고도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 금감원에 따르면 우리은행 여신감리 부서는 지난해 9∼10월 손 전 회장 친인척의 대출 사실을 현 우리은행 경영진에 보고했지만 당시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우리금융은 이후 당담자가 퇴사한 후 자체감사를 통해 내부 징계처리를 한 뒤 당국에 보고도 하지 않았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법상 보고해야 하는 게 제때 보고 안된 게 명확하다”고 말했다. 그는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며 “개별건에 대한 대응도 문제이지만 금융지주 회장, 은행장 등 고위 내부자의 윤리의식, 기업문화 등을 국민들이 수용할 수 있을지, 금감원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봐야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원장이 윗선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임 회장과 조 행장의 연임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금융회사 임원 중징계를 받을 경우 연임은 물론 3~5년간 금융권 취업 제한을 받는다.

이재형 기자 [email protected]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