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단계인 반고체가 중간 단계로 당분간 경쟁력 가질 것"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최근 잇단 전기차 화재로 배터리 안전성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반(半)고체 배터리가 주목 받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전고체 배터리의 시장 보편화까지 상당 시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반고체 배터리가 중간 단계 역할로 대세를 이룰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배터리 양극과 음극 사이의 전해질을 액체가 아닌 고체로 대체한 차세대 배터리다. 기존 액체 전해질 배터리는 고열에 폭발할 위험이 있고, 외부 충격에 누액이 발생할 수 있다. 반면 고체 전해질은 불연성을 갖춰 화재 위험이 낮고, 에너지밀도는 훨씬 높다. 글로벌 배터리 기업들이 전고체 배터리 기술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다.
문제는 대중화 시점과 가격이다. 27일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고체 배터리의 시장 침투율은 2025년 0.6%로 시작해 2035년 9.6%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낙관적 전망치로, 보수적 관점으로 보면 침투율은 6.8%로 낮아졌다. 해를 거듭할수록 꾸준히 늘어나지만 상용화 10년 차에도 대중화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평가다.
또한 주류인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의 경우 양산돼도 기존 배터리보다 100배 가까이 비쌀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그로쓰리서치에 따르면 황화리튬의 가격은 ㎏당 1만2000달러(약 1600만원)인 반면, 기존 리튬이온배터리의 전해질과 분리막 가격은 15달러(약 2만원) 수준이다.
반고체 배터리가 급부상한 것은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반고체 배터리는 액체(리튬이온배터리)와 고체(전고체 배터리)의 중간 형태인 '젤(gel) 전해질'을 넣은 배터리다. 리튬이온배터리 보다 화재 위험성은 크게 낮추면서 성능은 높일 수 있고, 가격도 전고체보다 훨씬 합리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두연 SNE리서치 부사장은 지난달 '제 1회 SNE 배터리 데이 2024'에서 "결국 전고체로 가는 과정 전에 시장 수요를 이끌 제품이 필요한데 반고체 배터리가 전고체 상용화 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시장에 나와 있는 제품보다 성능이 우수하기 때문에 이미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반고체 배터리 시장은 중국 업체들이 앞서 있다. CATL, BYD, 칭타오에너지, 웨이란신에너지 등 중국 업체들은 이미 일부 차량에 반고체 배터리를 시범적으로 공급해 상용화한 사례가 있고, 새 기술을 통해 전기차 주행 거리를 큰 폭으로 늘린 바 있다.
국내 업계는 중국보다 후발주자로 평가받지만 이미 전고체 기술을 개발해 왔던 만큼 상용화 시점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본사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 조직에서 반고체 배터리 개발과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1억달러(1311억원)를 투자한 미국 배터리 업체 솔리드에너지시스템(SES)에서 반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2026~2027년 오창 에너지플랜트에서 반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