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6년 뒤 30년된 도로·다리·댐 41%↑… 관련 예산 확보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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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6년 뒤 30년된 도로·다리·댐 41%↑… 관련 예산 확보 시급
  • 김수현 기자
  • 승인 2024.09.02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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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기간 길어질수록 유지·관리 비용 증가…신설 비용 넘을 수 있어
정부 노후 인프라 적극적 발굴과 민간투자 활성화 필요성 높아
지난달 30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성산로 인근 도로가 침하되면서 인근 2개 차로가 통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성산로 인근 도로가 침하되면서 인근 2개 차로가 통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김수현 기자  |  최근 싱크홀과 포트홀 등 도로 시설 사고와 함께 지난해 분당 정자교 붕괴 사건과 같은 인프라 관련 사고가 늘어나는 가운데, 몇 년 후 국내 인프라 중 상당수가 노후화 단계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를 대비한 노후 인프로 유지·보수·정비 관련 예산과 시스템이 시급하다고 진단한다.

3일 국토안전관리원 시설물통합정보관리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오는 주요 인프라 시설의 약 41%가 2030년 이후에는 준공된지 30년 이상된 노후 시설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댐은 2030년에는 전체 75.2%가 준공 후 30년을 넘을 것이고, △항만(48.9%) △상하수도(42.3%) △교량(29.3%) 등의 노후화 역시 심각할 수준으로 관측된다. 상하수도·전화·케이블·가스관 등을 함께 수용하는 지하터널인 공동구는 30년 이상 노후 공동구는 전체의 절반 이상인 50.5%를 차지한다. 인구와 주요시설이 집중된 수도권의 경우 현 시점에서 6년이 지나면 시설물 중 약 47%가 노후화 단계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에 위치한 댐의 경우 87.5%가 준공 30년을 넘어서고, △공동구(58.3%) △항만(52.6%) △하천(48.7%) △교량(34.3%) △터널(32.7%) 등이 심각한 노후 문제에 처할 것으로 인프라 선제적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라는 평가다. 그럼에도 국내 인프라 관련 예산은 지난 4년간 큰 변화 없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향후 닥칠 노후 인프라 유지·보수 비용을 감당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예산은 △2021년 26조5000억원 △2022년 28조원 △2023년 25조원 △2024년 26조4000억원 등으로 20조원 후반에서 큰 변화가 없는 상태다. 특히 지난해 4월 경기 성남시에 자리한 정자교 보행로가 무너지면서 그 위를 걸어가던 시민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정자교는 앞선 정기안전점검에서 '양호' 판정을 받은 후 5개월 후 붕괴되면서 큰 충격을 줬다. 이에 일각에서는 기존 인프라 유지·보수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우리보다 먼저 심각한 인프라 노후화를 겪고 있는 일본의 관련 대책을 참고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일본은 오는 2040년부터 건설 후 50년 이상 지난 도로와 터널이 각 75%, 53%에 달할 만큼 인프라 노후도가 심한 상태다. 이에 따라 일본 당국은 10여년 전부터 관련 대책을 마련하고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는 등 인프라 유지·보수 체계 정비에 나서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지난 2013년 '제1차 인프라 장수명화 기본계획'을 수립한데 이어 2021년에는 제2차 계획을 통해 ‘사후보전’ 대신 사전 유지·보수에 중점을 둔 ‘예방보전’에 사업의 방점을 찍었다. 예방보전을 실행할 경우 사후보전보다 비용을 약 50% 절감할 수 있고, 2048년까지 약 30%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지역 인프라군 재생 전략관리'를 통해 복수의 지자체들이 관련 분야를 묶어 민간 위탁 또는 민간투자(PFI) 방식의 인프라 유지·관리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인구 감소가 두드러지고 있는 지자체를 중심으로 토목 예산이 감소하고, 관련 부분 직원이 부족해 민간투자 사업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엄근용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위원은 “시설물은 사용기간이 오래될수록 유지·관리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유지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이를 지속하는 경우, 유지관리 비용은 급격히 증가해 특정 시점에 이르러서는 신설 비용을 넘어설 수 있다”고 했다. 엄 연구원은 이어 “이에 따라 정부의 노후 인프라 유지관리 비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민간자본의 활용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민간자본이 노후인프라 사업을 직접 발굴해 투자를 유도하는 간접적인 방식보다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민간투자사업이 될 만한 노후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민간의 투자를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최근 건설 경지 침체로 수익성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는 건설사들 역시 노후 인프라 보수 사업이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의 수익의 상당 부문을 차지하던 주택 시장이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새로운 수요 창출이 어려울 것이 전망되면서 이를 보충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이 필요한 상황이다”라며 “전국 수천 곳의 도로·교량·공동 등 노후 인프라 유지·보수 사업은 국민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동시에 각 건설사의 안정적인 사업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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