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청, 쯔쯔가무시·SFTS·일본뇌염 감염 주의 당부
복지부, 경증 환자 응급실 이용 자제 부탁
감염병 초기증상 감기와 유사… 질병 방치해 병세 키울 수 있어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추석 연휴 기간을 맞아 질병관리청이 치명적인 감염병에 대해 주의를 당부한 가운데, 정작 보건복지부는 응급실 상황을 낙관해 국민들이 불안을 겪고 있다.
5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가 감소세에 접어들었지만 가을이 오면서 진드기 및 모기를 매개로 한 감염병이 확산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발생하는 주요 진드기 매개 감염병은 ‘쯔쯔가무시증’과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이며, 전체 환자의 76.2%가 가을철(9~11월)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2021년부터 2023년 동안 질병관리청에 신고된 주요 진드기 매개 감염병 환자 및 사망자 발생 현황을 살펴보면, 쯔쯔가무시증이 연간 6000명 내·외의 환자가 지속 발생 중이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은 약 20%의 치명률을 꾸준히 유지했다.
또 질병청은 올해 3월 일본뇌염 주의보 발령 및 7월 경보발령 이후 일본뇌염 환자 2명이 동시에 확인됐다고 전했다. 올해 신고된 두 환자 모두 60대로 발열, 구토, 인지저하, 어지러움 등 증상으로 의료기관을 방문했으며, 현재 입원치료 중이다. 국내 일본뇌염 환자는 대부분 8월부터 11월까지 발생하며 9~10월에 80%의 환자가 집중되고 50대 이상(87.9%)에서 주로 발생한다.
문제는 해당 질병의 초기 증상은 감기 몸살과 유사해, 자칫 환자들이 스스로 ‘경증’으로 진단하고 치료 시기를 놓쳤을 때다.
2월부터 진행된 의정갈등으로 의료공백이 장기화되면서, 각 병원에선 환자를 수용하지 못하는 일명 ‘응급실 뺑뺑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은 “중증은 의식불명인 경우가 대다수”라며 경증 환자는 대형병원 응급실 이용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대한의사협회는 박 차관의 발언에 대해 "경·중증 판단은 의사들도 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실제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이 경증으로 진단받았다가 추가 검사로 중증으로 밝혀지는 경우가 적지 않고, 그 반대 또한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실제 쯔쯔가무시엔 치료제가 있지만 가능하면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1~2일 내에 증상이 빠르게 호전될 수 있지만 치료하지 않을 경우 약 2주 동안 발열이 지속된다”고 전했다. 방치할 경우 합병증으로 이어지는데 뇌수막염, 난청, 이명이 동반될 수 있다. 호흡부전, 신부전, 의식 저하, 패혈성 쇼크 등의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사망률은 지역이나 나이, 면역상태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1~60%로 다양하다.
일본뇌염의 경우, 감염 시 발열 및 두통 등 가벼운 증상이 나타나지만 드물게 뇌염으로 진행돼 고열, 발작, 목 경직, 착란, 경련, 마비 등 심각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 중 20~30%는 사망할 수 있다. 특히 뇌염 진행 환자의 30~50%는 손상 부위에 따라 다양한 신경계 합병증을 겪을 수 있으므로 신속한 진단 및 치료가 중요하다.
경기도의 한 보건소 의료인은 “정부가 현행 의료체계에 공백이 없다고 느끼는 이유는, 웬만큼 가벼운 증세엔 응급실에 가지 않는 국민들의 배려심 덕분”이라며 “이 배려심이 지나친 나머지 증세가 심각해질 수 있다. 특히 벌레 매개 전염병은 농어촌 지역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보통 큰 병원이 없다. 지자체는 감염병 환자 수를 미리 예측하고 응급실 역량을 갖춰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