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 대출 규제에 실수요 위주 재편 전망도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미국 연준의 기준 금리인하와 국내 금리의 인하 가능성이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시장 과열이 더해지고 매매·전셋값에 거품이 낄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반면 이미 상승 요인이 어느 정도 반영됐고 서울·수도권 일부를 제외한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선 금리인하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있다.
◇금리·부동산 값 반비례 공식 되풀이 관측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작년 2월부터 13차례 연속 금리 동결을 이어온 가장 큰 이유는 가계 부채와 집값 자극 우려 때문이다.
지난달 초 발표된 중장기 주택 공급 대책과 이달 스트레스DSR 및 1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대출 불가 조치 시행에도 서울·수도권 아파트 매매·전셋값 동반 오름세는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한 주간 유럽 중앙은행(0.25%p 인하)에 이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4년 만에 금리를 0.5%p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하면서 국내 금융당국의 고민은 한층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일선 공인중개업소와 상당수 전문가는 금리가 내리면 부동산가격이 오르는 '반비례 공식'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보고, 금리인하는 시점의 문제일 뿐, 세계적인 하향 조정 대세를 거스를 수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향후 집값 상승 폭 확대를 전망한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공급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저금리로 이어지게 될 것임으로 서울·수도권 집값의 완만한 우상향 흐름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미국이 빅컷으로 금리인하를 단행했고 추가 금리인하까지 시사한 상황으로, 한국은행도 집값이 소폭 상승 등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판단되면 역설적으로 금리를 낮추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소장은 "가계 부채와 집값 안정을 위한 대출 규제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매도·매수자 간 팽팽한 균형을 깨뜨리는 변수는 기준금리가 될 것"이라며 "미국의 빅컷은 시장 기대심리를 자극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라, 한은이 연내에 기준금리를 얼마나 내릴지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집값 상승 기대감 선반영···오름세 제한적 전망
반면 또 다른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난 수개월간 높아진 금리인하 기대감과 대출 규제 이전 급증한 매수세가 시세에 선제 반영된 만큼 금리가 하향 조정되더라도 집값 상승세는 주춤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는 집값을 자극할 수는 있지만, 이보다는 높아진 가계 대출 규제의 영향이 더 클 것"이라며 "수도권 집값은 상승 폭이 둔화되고, 서울은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미국의 빅컷 단행으로 오는 10~11월 국내 금리인하가 예상되지만, 기준금리 인하 후에도 대출 규제로 인해 거래량이 늘지 않고 가격 상승세도 둔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효선 NH농협 부동산 수석위원은 "국내 기준금리가 하향되더라도 시장금리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아, 주택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강남권 등에 있는 일부 초고가 주택을 제외하면 전반적인 보합세 속에서 실수요 위주로 시장이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강력한 대출 규제와 금리 하향 조정을 둘러싼 기대감이 공존하면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선호 지역 아파트와 서울 외곽, 수도권 및 지방 사이에 격차는 더해질 전망이다.
서진형 교수는 "최근 시장 상황과 매수 여건을 감안할 때 서울 시내 및 수도권·지방권 간 시세 양극화 흐름은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