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병우 기자] 공기는 무거웠다.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안산올림픽기념관’에 근접할수록 검은색 정장의 리본을 단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세월호 침몰 사건’ 희생자의 넋을 기리기 위해 임시분향소에는 23일 아침 9시부터 조문객들의 울음소리가 체육관 안에 울려 퍼졌다.
수 많은 취재진들과 드문드문 보이는 외신기자들의 표정은 그 어떤 때보다 경건하고 엄숙했다. 조문객들의 표정도 침통, 그 자체였다.
정부와 시민단체들이 보낸 2.5m길이의 화환은 세월호 사고 가족들의 마음만큼이나 컸다. 분향소 정면 대형스크린에서는 한창 시험공부에 열중하고 있어야 할 학생들의 사진이 나왔다.
아침 9시 20분, 체육관 내부에서 ‘아이고 어떡해...’라는 곡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플레쉬도 분주히 터졌다.
수원에서 온 재수생 이성호(23) 씨는 “나도 수학여행의 즐거웠던 시절이 있었는데 즐거움을 꽃 피우지 못하고 학생들이 하늘나라로 간 것에 슬픔을 금할 길이 없다”며 “내가 도와줄 수 없는 상황이 미안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기적인 세상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하늘에서 살았으면 좋겠다”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대한적십자, 안산시자원봉사센터, 경기도 의료봉사단 등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단체의 봉사자들은 22일 밤부터 설치된 임시합동분향소 주변의 간이 천막에서 분향객들에게 간단한 간식을 나눠주며 말이 없다.
의료봉사단도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대한적십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데 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희생자 유족과 조문객들을 위로했다.
임시합동분향소에는 초록색 점퍼를 입은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단체로 분향했다. 안산게이트볼 연합회 단체라고 밝힌 이영구(71, 남) 씨는 “분향하면서 눈물이 절로 났다. 인터뷰 그만하자”며 기자에게 손 사레를 쳤다.
이어 분향을 마치고 나온 이혜정(36, 여) 씨는 “친구의 딸이 이번 세월호 침몰사건 희생자라 너무 슬퍼 눈물이 앞을 가린다”면서 “꿈인 것 같다. 정부의 대응에 화를 참을 수 없다”고 분노를 표했다.
그러면서 그는 “생존자 학생과 얘기를 나눴는데, 그 학생의 귀에서 바닷소리가 아직까지 들리고 고통스럽다고 말했다”며 연신 눈물을 흘렸다.
임시분향소 인근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얘기를 나누던 할머니들은 “앞집 세탁소 딸도 실종됐다. 안산시 전체는 현재 형언할 수 없는 슬픔으로 가득 찼으니, 기자 양반들도 인터뷰 도 자제 해줬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함께 있던 한 할머니는 “이 길이 우리 학생들이 매일 등교하는 길이다. 오늘도 북적거려야 할 등굣길에 취재진과 의료진 밖에 눈에 띄지 않는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