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영혼의 상처를 향기로 바꾸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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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영혼의 상처를 향기로 바꾸는 사람
  • 김철홍 자유기고가
  • 승인 2024.10.0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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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홍 자유기고가(문화유산국민신탁 충청지방사무소 명예관장)
김철홍 자유기고가(문화유산국민신탁 충청지방사무소 명예관장)

매일일보  |  김홍신은 우리나라 최초의 밀리언셀러 소설가, 정치가, 시민운동가로 너무도 잘 알려진 대표적인 대작가다. 법륜은 ‘즉문즉설’ 강연으로 많은 사람에게 희망과 위안을 주는 스님으로 “국회의원 10번하고, 장관 하면 뭐하나? 잃어버린 발해 역사를 가져와서 역사소설을 제대로 한번 써봐라”라고 한 것이 계기가 되어 ‘대발해’를 탄생시킨 김홍신의 여섯 살 아래 정신적 스승이다.

김홍신 선생은 평소 존경하는 시절인연이요, 글과 인생의 롤모델로 자주 소통하면서 많은 배움을 주는 거장으로 얼마 전, 영광스럽게도 작년에 이어 ‘김홍신문학관 개관 5주년’ 생일잔치 초대를 받았다.

사실 학창시절 소풍가기 전날 설레고 들뜬 마음에 잠 못 이루던 그 기분이었다. 새벽부터 선잠에서 깨어나 오전 일정은 모두 뒤로하고 일찌감치 차를 몰아 청명한 가을 하늘 황금빛 들녘에 펼쳐진 문학의 향기를 쫓아 김홍신문학관에 도착했는데, 작년의 실내 행사와 달리 야외 행사장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깨달음을 뜻하는 반야산 자락에 자리 잡고 예술의 의미를 담은 문학관과 철학의 의미를 담은 집필관이 있는 김홍신문학관에 정재계 유명인사는 물론 전국 각지에서 시절 인연, 지인 그리고 많은 열성 독자로 건물 옥상까지 1000여 명이 행사장을 가득 메웠기 때문이다.

이날 잔치의 메인 제1부로 작년 서울프레스센터 기자간담회에서 ‘138번째 저서 「죽어나간 시간을 위한 애도」 소개 관련 3년 뒤가 등단 50주년으로, 그때까지 열심히 써서 140권을 넘기겠다’는 입장 발표와 김홍신문학관 개관 4주년 북콘서트장에서 ‘죽기 전에 총 150권의 책을 쓰겠다’고 약속한 걸 보여주듯, 139번째 출간 수필집 ‘겪어보면 안다’를 놓고 서혜정 성우와 북토크로 페이지를 넘기면서 인생 사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 선생은 코로나가 한참 번성이던 시절 20여일 간 응급실과 음압병실을 오가면서 죽음의 공포와 절대적 고독감을 깊게 느꼈고 흰 방호복을 입은 의사, 간호사가 기적적으로 천사로 보였고, 살아서 처음 만나 봤기에 뭐든지 겪어보면 알게 되는 것이 있다고 한다.

<굶어보면 안다, 밥이 하늘인걸>, <목마름에 지쳐보면 안다, 물이 생명인 걸>, <일이 없어 놀아보면 안다, 일터가 낙원인 걸>, <아파보면 안다, 건강이 가장 큰 재산인 걸>, <잃은 뒤에 안다, 그것이 참 소중한 걸>, <이별하면 안다, 그이가 천사인 걸> 책속의 내용을 낭독한다.

사람들이 흔히 묻는 문학을 “영혼의 상처를 향기로 바꾸는 행위라며, 마음에 상처가 났을 때 얼른 진물을 뿜어내면 그와 동시에 향기가 날 거라고 믿습니다. 마음에서 진물을 내뿜는 것은 고난과 시련을 흘려보내는 것입니다. ”라고 표현하고 마음의 문을 열어야 고난과 시련, 화해와 분노를 극복할 수 있다는 답을 주는데, 그래서 그가 늘 반성과 감사의 마음을 갖고 지금 살아있음이 가장 큰 축복이라고 하는가 보다.

지금도 김홍신 선생과 자주 소통하면서 겸손하고 감사의 마음이 묻어 나는 수많은 문자를 받는 영광을 누리고 있다.

“저는 11일부터 17일까지 법륜스님과 함께 필리핀 민다나오 정글이자 반란군 지역으로 원주민을 위한 학교 준공식과 봉사활동…· 천길 벼랑길을 따라 7시간 강행군을 했습니다. 피곤이 겹쳐 경황이 없지만 짐승처럼 안살고 사람처럼 산다는 생각에 살맛이 납니다. 여기서도 저와 시절인연 맺은 분들을 위한 기도 정성껏 하고 있습니다.”

“설날 아침에 현관, 마당, 대문 밖을 빗자루로 싹싹 쓸었습니다. 세배하러 올 자식과 제자들에게 제 마음을 닦아 기도한 뜻을 비추어주려고요. 닦은 마음으로 제 시절인연 되어주신 분들을 위해 설마중처럼 건강, 화평, 자유, 웃을 일만 잔뜩 마중하시라는 기도 드리겠습니다. 김홍신 절.” 이처럼 늘 겸손하고 감사하면서 아직 세상은 살만하다고 강조한다.

제2부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강연 시간으로, 한 여성이 “사람들 관계에서 자주 트러블이 생겨, 모든 사람이 참으라고 하고 저보고 자꾸 내려놓으라는데 이해가 안 됩니다”라는 질문에“모든 사람이요? 나는 안 그랬는데요. 몇몇을 가지고 모든 사람이라고 하면 자기 합리화로, 자기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말할 때 다수라고 말하는데 자꾸 그렇게 말하면 안 됩니다. 참고 싶으면 참고 싸우고 싶으면 싸워야 합니다. 세상과 멀어지면 손해잖아요. 손해가 나면 참아야 하고 화를 내고 싶으면 손해를 감수하고 화를 내면 됩니다.”
또 한 중년 변호사의 “요즘 법에 대한 견해”에 대해 “헌법에 보장된 자유를 억압하거나 배척하면 헌법정신에 위배되지요. 사람은 폭행, 성폭행 등 타인에게 해를 끼치거나 괴롭히는 행동은 해서는 안 된다는 금지 항목에 들어가고요. 그다음에 상대를 돕거나 어려운 사람을 후원하거나 하는 이런 일은 권장사항에 들어갑니다. 권장 사항은 선택 사항이에요. 그래서 옛날부터 ‘권선징악’이라고 그러는 거예요. 또는 ‘지악수선’ 이걸 우리가 가끔 착각하기 때문에 지금 복잡해지는 거예요. 우선 정해진 법을 지켜야 하고 …· 징벌적 처벌이 아닌 교화 중심의 법 적용이 중요해요.”

이처럼 ‘즉문즉설’ 특유의 포맷으로 풀어가는 강연은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신선함과 통찰이 담겨 있었다.

살면서 영혼의 상처를 향기로 바꿀 수 있는 건 감동이라 생각하는데, 김홍신 선생과 법륜스님은 늘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어 영혼의 상처를 향기로 바꾸는 사람이다.

자랑스럽게도 2022년과 2023년, 김홍신 선생이 교황 초청으로 두 번이나 특별 알현하고 국가원수를 만나는 클레멘스 8세 홀에서 강복과 축성을 받는 자리에서 바티칸 성직자성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이 김 선생을 “대한민국 최초의 밀리언셀러 작가이고, 김홍신문학관이 있으며, 지금까지 137권의 책을 출간했다”고 따로 소개하자 “교황께서 ‘엄지척’을 해주셨고 ‘자주 웃으세요’라는 말씀도 하셨다”며, 지금도 서재에 그때의 사진을 걸어놓고 교황의 참 따스한 미소를 새기고 있다는 대목이 눈가에서 입술로 번지는 미소가 언제나 꽃처럼 아름답던 여인, 2년 전 100세를 일기로 작고한 필자의 엄마가 문득 오버랩되서 잠시 눈물샘이 터지기도 했다.

“내일이 있다는 것은 황홀한 은총”이고, “살아 있음이 가장 확실한 기적이고 즐거움’”임을 겪어보면 깨우칠 것이다. 날마다 하늘만큼 환희 웃으소서.

 

김철홍 자유기고가(문화유산국민신탁 충청지방사무소 명예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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