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용 기자 | 국제 인도주의 의료 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는 레바논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이 격화됨에 따라, 공습 피해가 집중된 지역의 의료시설들이 강제 운영 중단하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이에 따라 민간인들의 보건의료 접근성에 치명적인 결과가 초래된다고 지적했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기존 의료시설에서의 치료 활동을 유지하는 동시에, 분쟁으로 인한 의료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활동 운영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격렬한 공습으로 피해가 심각한 지역에서는 활동을 일부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늘어나는 의료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계속해서 활동을 조정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지난주 베이루트 남부 교외에 위치한 팔레스타인 난민 캠프 부르즈 엘 바라즈네 소재 진료소를 완전히 폐쇄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레바논 북동부의 바알베크-헤르멜 지역에서도 활동을 일시 중단해야 했다. 이들 지역은 모두 공습 피해가 심각한 곳이다.
해당 지역 환자들은 이미 취약한 상태로, 절실히 필요한 의료서비스에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료시설 폐쇄로 인해 특히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의료팀은 남부 레바논에서도 의료진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아 제대로 활동을 운영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프랑수아 잠파리니 국경없는의사회 레바논 긴급대응 코디네이터는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할 예정이었던, 최전선에서 불과 몇 킬로미터 떨어진 나바티예 소재 병원은 현지시각 10월 5일 공격을 받았다”며 “의료 및 인도적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폭력의 강도, 도로 파괴, 그리고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 때문에 현재 레바논의 모든 피해 지역에 접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작년 11월부터 나바티예 및 레바논 국경 인근 지역의 종합 의료보건센터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던 국경없는의사회 이동 의료팀은 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한때 국경 인근 지역까지 접근할 수 있었던 해당 팀은 이제 더 이상 그곳에 접근할 수가 없으며, 현재는 남부 국경에서 약 50km 북쪽에 위치한 사이다에서만 활동할 수 있다. 이곳은 의료 수요가 매우 높은 지역 중 하나다.
지난 2주 동안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최소 50명의 구급대원이 목숨을 잃었다고 전해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 이후 사망한 의료진의 총수는 100명을 넘어섰다고 레바논 보건부는 밝혔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전투 격화로 안전한 환경에서 활동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가운데 지난 10월 1일 기준 6개의 병원과 40개의 종합 의료보건센터가 운영을 중단했다.
무력 충돌은 기존의 인도적 위기와 수요를 더욱 악화시킨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레바논의 보건 체계가 경제 위기로 인해 이미 과부하 상태였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의료진들이 대거 이탈했으며 의료시설의 역량과 자원이 저하됐다. 이미 한계에 도달한 현지 보건센터들은 현재 실향민들의 증가하는 의료 수요를 충족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더 큰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
레바논의 실향 규모는 국가의 적절한 주거 제공 역량을 크게 초과하고 있으며,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1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피난을 떠난 상황이다. 사람들이 피신하고 있는 대부분의 임시 대피소는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경없는의사회는 베이루트, 마운트 레바논, 사이다, 트리폴리, 베카, 아카르 등 여러 지역에 12개의 이동 의료팀을 파견했다. 이들은 심리적 응급 처치, 일반 진료, 정신건강 지원을 제공하고 있으며, 매트리스, 위생 키트, 따뜻한 식사, 깨끗한 물도 지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수요는 국경없는의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넘어선 상황이다.
잠파리니 코디네이터는 “국경없는의사회는 모든 분쟁 당사자가 국제 인도법을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며 “민간인과 민간 인프라, 의료시설, 의료진은 절대 공격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들의 안전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