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소한 행복의 의미 알려주다
상태바
[기고] 소소한 행복의 의미 알려주다
  • 김철홍 자유기고가
  • 승인 2024.10.14 10: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철홍 자유기고가(문화유산국민신탁 충청지방사무소 명예관장)
김철홍 자유기고가(문화유산국민신탁 충청지방사무소 명예관장)

매일일보  |  얼마 전 글과 인생의 롤모델로 자주 소통하고 있는 존경하는 대선배요, 우리나라 최초의 밀리언셀러 소설가, 정치가, 시민운동가로 너무도 잘 알려진 대작가인 김홍신 선생으로부터 ‘김홍신문학관 개관 5주년’ 생일 잔치에 초대되어 다녀왔다.

깨달음을 뜻하는 반야산 자락에 자리 잡고 예술의 의미를 담은 문학관과 철학의 의미를 담은 집필관이 있는 김홍신문학관에 정재계 유명인사는 물론 전국 각지에서 시절 인연, 지인 그리고 많은 열성 독자로 건물 옥상까지 1000여 명이 행사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139번째 출간 수필집 ‘겪어보면 안다’를 놓고 서혜정 성우와 북토크로 페이지를 넘기면서 인생 사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 선생은 코로나가 한참 번성이던 시절 20여 일간 응급실과 음압병실을 오가면서 죽음의 공포와 절대적 고독감을 깊게 느꼈고 흰 방호복을 입은 의사, 간호사가 기적적으로 천사로 보였고 살아서 처음 만나 봤기에 뭐든지 겪어보면 알게 되는 것이 있다고 한다.

<굶어보면 안다, 밥이 하늘인걸>, <목마름에 지쳐보면 안다, 물이 생명인 걸>, <일이 없어 놀아보면 안다, 일터가 낙원인 걸>, <아파보면 안다, 건강이 가장 큰 재산인 걸>, <잃은 뒤에 안다, 그것이 참 소중한 걸>, <이별하면 안다, 그이가 천사인 걸>

‘늘 겸손하고 반성과 감사하는 마음 살고 있고, 살아 있음이 가장 큰 축복이고 아직 세상은 살만하다’며 ‘문학을 영혼의 상처를 향기로 바꾸는 행위’라는김홍신 선생을 여태것 살면서 겪어본 결과 ‘영혼의 상처를 향기로 바꿀 수 있는 건 감동이고, 김홍신 선생은 늘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기에 영혼의 상처를 향기로 바꾸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겪어보면 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엊그제 모임에서 책 한 권을 선물 받았다. 바로 시절인연의 딸로 15년째 희귀질환과 편두통을 앓고 있으면서 글을 사랑하는 글쟁이 최성은 작가의 ‘마음은 우울해도 화창한 날이 좋아’란 책으로 집에 와서 두 번이나 읽어보았다.

최 작가는 어려서부터 아프기에 부모의 헌신적인 희생과 사랑의 보살핌과 틈새를 형제애로 채워 담은 바구니와 종교적 손잡이 덕택에 지금처럼 바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엄마·아빠, 언니·쌍둥이 동생으로 구성된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참으로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명품 드라마 같은 요즘 보기 드문 가족애를 볼 수 있고 소소한 행복이 늘 웃음으로 표출된 집안이라서라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은 아팠던 기억밖에 없고 놀림당했던 일, 악몽에 시달린 이후 불면증으로 힘들었던 기억, 심한 우울·불안·공황장애 진단 등으로 몸도 마음도 힘들었던 시간은 너무도 길었다. 짧게는 5시간 길게는 하루 이상 지속되는 고통에 진통제를 가방에 넣어가는 것은 습관 중의 가장 중요한 습관으로 자리잡았다.

뇌의 이상을 발견하고 15년 이상 치료와 추적 관찰을 하며 살아왔다. 어렸을 때 무서울 게 없는 강한 아이였지만, 무섭다는 건 고통과의 싸움이었다

엄마 손권사는 위대하다. 중환자실에서의 무서움에 엄마가 울지 않고 씩식하게 안아주고 주물러 주던 일, 엄마와 이별 그리고 중환자실에서 스쳐 지나간 여러 생각 등을 겪지 않았다면 가족의 소중함과 건강의 소중함을 몰랐을 것이다. 아마 웃으면 더 토끼 같은 아빠가 든든한 주춧돌이기에 큰 힘이 됐을 것이고.

더욱이 좋아하는 독립서점을 다니면서 언젠가 나의 에세이를 책으로 묶어 보리라 생각을 하면서 본인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시간을 책임질 수 있는 그날까지 계속 글을 쓰겠다는 의지와 신념이 과거에 당당했고 그 강하고 담대함이 어찌할 수 없었던 질병을 이겨낼 수 있었다.

왠지 모르게 마음은 우울해도 화창한 날씨가 좋다. 곧 우울한 마음에도 햇빛이 들어올 것 같다는 느낌 자체로 위로가 된다. 비록 69쪽의 얇은 책이지만 수백 쪽의 문학작품을 어렵사리 읽은 것보다 몇 배의 공감과 가슴을 뭉클하게 파고들어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마침 ‘채식주의자’로 알게 된 소설가 한강 작가가 한글날 다음 날인 10일 한국인 작가 최초로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기분 좋은 소식에 힘든 시기를 건너고 있는 많은 국민에게 한 줄기 빛으로 기쁨을 안겨주고 위로가 되어주고 있다.

스웨된 한림원이 한국 문학의 새 역사를 쓴 한강 작가의 작품세계가 ‘역사적 트라우마를 직시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최성은 작가가 그동안 살면서 겪은 곧 죽을 것 같아도 지금까지 잘 견뎌내고 있음을 보여준 이 책을 통해 삶의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렸고 소소한 행복의 의미를 새삼 깨우쳐줘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살면서 영혼의 상처를 향기로 바꿀 수 있는 건 감동이라 생각하는데, 최성은 작가가 늘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어 영혼의 상처를 향기로 바꾸는 사람이 되길 기대해본다. 날마다 하늘만큼 환희 웃으소서.

 

김철홍 자유기고가(문화유산국민신탁 충청지방사무소 명예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