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주요 증시 상승하는데 국내 증시만 소외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국내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 중 해외 자산을 기초로 하는 투자상품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올해 들어 20% 넘게 올랐지만, 코스피는 2.2% 하락하는 등 투자 유인이 부족한 것으로 관측된다.
패시브 자금 공급이 줄면서 한국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증시가 하락하면 또다시 자금 공급 부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 ETF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자금이 대체로 해외자산에 기초한 상품에 몰려 우리 경제에 충분한 투자금이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거래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 14일 공개한 바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상장된 ETF 중 해외 자산을 기초로 한 상품 386종의 순자산은 53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 해외투자 ETF 상품이 115종, 순자산 3조7000억원이었지만 순자산이 5년 새 14.4배로 증가했다.
반면 국내 자산을 기초로 한 ETF 상품은 507종, 순자산 106조1000억원으로 2019년 335종, 48조원에 비해 순자산이 2.2배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자산에 대한 관심 확대와 맞물린 현상으로 풀이된다.
올해 들어 미국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안정적인 우상향 흐름을 보이고, 인도 등 신흥국 증시도 빠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 증시는 박스권 행보를 보이면서 해외 자산으로 투자처를 옮기는 투자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올해 들어 21.9% 오르고, 인도 증시 대표지수인 센섹스(SENSEX)는 12.6% 상승한 반면 코스피는 2.2% 하락한 상태다.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올해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 상위 20개 ETF 중 국내 자산을 기초로 한 ETF는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 ‘KODEX코스닥150레버리지’ 등 5개뿐이다.
운용사별로 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이 해외 투자 ETF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 중 해외 투자 ETF 비중이 더 큰 곳은 한투운용이 유일하며 2022년부터 국내 투자 ETF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한투운용의 ETF 순자산 11조4669억원 중 해외 투자 ETF(53종)가 7조8305억원, 국내 투자 ETF(33종)는 3조6363억원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 투자 ETF 편중 현상을 두고 “국내에서 ETF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국내 증시로 투자금이 유입돼 주가지수가 오르는 효과까지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는 이유”라며 “규모가 큰 국내 자산 기초 상품들도 대부분 국내 주식형보다는 금리형 상품, 단기 채권형 상품에 편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정 의원은 “ETF 시장이 급성장에도 불구하고 해외 자산을 기초로 한 ETF 투자 증가로 국내 자본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주식 저평가) 현상에 국내 기업과 경제에 투자자들의 자금이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으로,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의 핵심인 지배구조 개선과 투자자 보호 대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