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HUG 재원 확충...전세대출 시장 자극·가계빚 증가 우려”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전세대출을 두고 정부 부처간 불협화음이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전세대출 보증 재원 확충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폭증과 부동산 시장 자극을 우려, 일단 제동을 건 상황이다. 디딤돌대출 축소 번복 사태에 이어 이번 전세대출을 놓고도 정면 충돌이 발생, 차주의 혼란은 가중될 전망이다.
30일 정부 등에 따르면 국토부 산하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29일 채권(신종자본증권) 발행 작업을 중단했다. 신종자본증권은 당초 최대 7000억원 규모로 다음달 5일 발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가계부처 관리를 위해 관계부처 추가 협희가 필요하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없거나 통상 30년 이상으로 만기가 긴 채권과 주식의 특징을 동시에 지닌 상품이다. 주식처럼 만기가 없거나 길고, 채권처럼 매년 확정된 이자를 받을 수 있는 ‘하이브리드형’ 성격을 갖는다. HUG 관계자는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는 말만 들어 절차 중단 사유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 발행 필요성을 좀 더 세밀하게 보완해달라는 차원”이라며 “보완 이후 금융당국과 협의해 채권 발행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HUG가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선 것은 전세사기 등으로 보증 사고가 지속되며 손실이 계속해서 커지고 있어서다. HUG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위변제액은 올해 1∼9월에만 3조22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HUG가 집주인에게 회수하는 금액의 비율은 올해 1∼8월 기준으로 8%대에 그친다. HUG는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3조원대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한다.
문제는 HUG의 보증 한도가 자본금과 연동되기 때문에 손실 누적으로 자본금이 줄어들면, 전세보증 가입이 중단되는 사태가 올 수 있다는 점이다. HUG의 보증 한도는 자본금의 70배였으나 지난해 법을 개정해 90배로 늘렸고, 법정 자본금도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확대했다. 그런데도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여파가 이어지자 HUG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추진하고 있었다. HUG는 전세보증과 임대보증 등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올해 안으로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입장은 확연히 다르다. HUG의 자본 확충이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결국 ‘가계빚’ 폭증이 가장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올 9월까지 디딤돌·버팀목 잔액 증가분만 30조원으로 전체 가계대출 증가분(27조8000억원)을 웃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금융권 가계대출의 DSR 적용 현황’ 자료를 보면 정책모기지를 포함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미적용 가계대출 비율이 전체의 63.3%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책모기지만 잘 조정해도 가계부채 관리가 훨씬 수월할 수 있다는 의미다.
DSR은 차주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현재 기준은 은행권이 40%, 2금융권은 50%다. 연봉 1억원인 사람은 은행에서 원리금 상환액 4000만원 이하까지 돈을 빌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