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고층 건축물 규제… 획일화 돼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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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고층 건축물 규제… 획일화 돼선 안 돼
  • 이혜경 기자
  • 승인 2024.11.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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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난구역설치·고강도 재료 사용 등 공사비 증가 부담
성능위주설계로 유연한 대처 필요
서울 시내 고층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 이혜경 기자  |  초고층 건축물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너도나도 49층 아파트를 건립하며 준초고층 건축물의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와 획일화된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건축법 시행령 제34조3항에 따르면 50층 이상 초고층 건축물에는 피난층 또는 지상으로 통하는 직통계단과 직접 연결되는 피난안전구역을 지상으로부터 최대 30개 층마다 1개소 이상 설치해야 한다.
이 특별법은 2010년 10월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내 주상복합에서 화재가 발생하며 제정됐다. 건물 4층에서 발생한 불길이 삽시간에 위로 번지며 38층에 달하는 건물 외벽 일부를 태웠다. 이 화재 이후 고층 아파트 화재의 위험성과 안전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반면 49층 아파트가 해당되는 준초고층 건축물은 피난안전구역을 해당 건축물 전체 층수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층으로부터 상하 5개층 이내에 1개소 이상 설치하면 된다. 또한 준초고층 건축물이더라도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피난층 또는 지상으로 통하는 직통계단을 설치하면 피난안전구역을 설치하지 않을 수 있다. 피난안전구역은 화재나 지진 발생 시 1층을 통해 외부로 대피할 수 없는 경우 대피하는 곳으로 한 층 공간을 비워 급수전과 예비 조명설비 및 통신시설 등을 설치해야 한다. 이 때문에 한 층을 짓는 시간과 비용 대비 분양수익을 낼 수 없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건설사들의 입장이다. 초고층 건축물은 공사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준초고층 건축물은 세대 내부를 벽식 구조로 지을 수 있지만 초고층 건축물의 경우 하중을 지탱하기 위해 비용이 더 많이 드는 라멘 구조로 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구조 안전을 위해 지하층을 깊게 파야 하고 고강도 콘크리트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공사비는 더 늘어난다. 재료를 고층으로 끌어올리는 부가 장비들도 공사비의 상승 요인이다. 이 외에도 지진 및 해일 대비 설계·종합방재실·방범 및 보안 시설 설치 등 더욱 엄격한 심의가 적용되며 비용이 급증한다. 공사비 상승으로 대형 건설사들의 실적이 하락세를 나타내는 상황에서 지역사업성이 뛰어나 랜드마크로 군림할 것이 아니라면 50층 이상 높일 이유가 없는 것이다.
초고층 건축물은 40여 가지가 넘는 건축위원회 심의기준의 적합여부를 확인하고 통과하는 과정도 까다롭다. 이 과정에서 사업 추진 기간이 최소 1년 이상 더 걸려 인건비와 금융비용도 추가로 발생한다. 이러한 이유들로 건설사들은 초고층 건축물 시공 자체를 기피할 수 밖에 없다. 이에 전문가들은 준초고층 건축물 시공 시 건설사들의 자발적인 피난시설 설치와 안전 강화 기대가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20년 10월 울산 남구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88명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망자는 없었다. 12층과 28층에 피난안전구역을 만들어 상당수 주민이 이곳으로 대피한 덕분이었다. 해당 건물은 33층으로 피난안전구역 의무설치 대상이 아니었음에도 시공사 측에서 자발적으로 설치를 추진했다. 이처럼 피난안전구역은 대형 화재로 번질 수 있는 고층건축물 화재의 사상자를 막는 큰 역할을 하지만 이를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울산 주상복합 화재와 같은 사례를 알려 건물주와 국민들에게 피난안전구역이 있는 아파트를 선호할 수 있도록 적극 홍보하고 분양이 잘될 수 있도록 장려정책이 필요하다”며 “법적으로 층수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성능 위주 설계를 통해 다양한 건축물이 건립되는 방향으로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능위주설계란 법 시행령·시행규칙 및 화재안전기준 등에 따라 제도화된 설계를 대체해 설계하는 경우를 말한다. 건물이나 구조물에 상존하거나 예상되는 특정위험을 공학적으로 평가 및 대응이 가능하고 화재안전에 대한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다. 공 교수는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성이 높은 곳은 건축물의 층수가 낮더라도 용도·수용인원·연령대 등 다각적인 부분들을 모두 고려해 피난안전구역을 설정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특히 노약자 등 피난약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유연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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