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한국은행이 3년 2개월 만에 기준 금리를 인하한 지 한 달이 흘렀지만, 정부의 강도 높은 대출 규제로 아파트값 관련 지표는 오히려 주춤하고 있다.
집값 상승 폭은 둔화됐고 매매가격 전망 지수도 하락세다. 서울·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이 급감한 가운데 이같은 관망세는 연말로 갈수록 짙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10일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한 달여간(10월 첫째 주부터 11월 첫째 주까지) 집계한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 조사를 보면, 서울·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아파트 매매·전셋값 상승세가 한풀 꺾인 지표가 뚜렷하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 7~8월 두 달간 한 주에 0.20~0.30%씩 치솟았지만 9월 중순부터 오름폭이 0.10% 안팎으로 줄었다. 수도권 매매값도 지난 여름 한주에 0.10%~0.20%씩 올랐지만 이후 0.05% 안팎으로 상승 폭이 좁아졌다.
최근 서울·수도권을 비롯해 전국 전셋값 오름폭 둔화세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 시내 일부 재건축 단지와 주요 선호단지 위주로 거래가 이뤄져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고 수도권에서도 지역 대장 단지를 중심으로 상승 거래가 나타나고 있지만, 9월 시행된 스트레스DSR 2단계 등 대출 규제 강화로 매수자들은 대체로 관망세로 돌아섰고 매물도 쌓이면서 상승세가 둔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매매가격 전망 지수도 하락하는 등 당분간 집값 상승 폭 둔화는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KB부동산 월간 주택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10월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98.5로 전월(102.3)대비 4.2p 하락했다. 이는 6월 이후 처음으로 100 아래로 떨어진 수치다.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0~200 범위의 점수로 나타낸다. 지수가 100을 초과할수록 '상승' 비중이 높고, 100보다 적을수록 '하락' 비중이 높다는 의미다.
이번 달 서울 아파트 가격 전망지수 역시 100.6으로 전달(109.8) 대비 크게 떨어졌다. 서울 아파트 가격 전망지수는 지난 2월(84.5)부터 반등을 시작해 5월(102.1) 상승 전망으로 전환된 뒤 지난 7월(127.2) 올해 최대치를 찍었지만 다시 100 이하 직전에 와있다.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매물은 쌓이고 있다. 아실 집계를 보면 지난 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대기 매물은 8만8000건을 넘어섰다. 지난달 7일(8만2500여건)과 비교해 한 달 만에 5000여건이 쌓인 것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7월 9098건(계약일 기준)으로 정점을 찍었지만 9월3045건으로 66.5% 급감했다. 10월 거래량은 2700건대로 이달 말까지 신고 기간인 점을 감안할 때 9월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올 연말까지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스트레스DSR 2단계와 대출규제 속에서 가격 조정을 기대하는 매수자와 내년까지 상승을 점치는 매도자간 '줄다리기'가 관망세를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정부가 억지로 대출을 눌러둔 상태지만 연말 이후 금융권의 가계 대출 규제가 조금씩 완화될 수 있다"며 "지금과 같은 시장 분위기는 연말까지 이어진 뒤 내년 초 회복세로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