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의료대란 해법 모색을 위한 '여의정(여당·의료계·정부)' 협의체가 오는 11일 출범한다. 야당과 의료대란 사태의 핵심인 전공의·의대생 단체가 참여하지 않으면서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정부·여당의 대표자들이 총리·부총리급으로 격상됨에 따라 협의체의 실효성은 커졌다는 평가다.
10일 여권에 따르면 의료대란 해법을 찾기 위한 정치권과 의료계, 정부 간 협의체가 오는 11일 공식 출범한다. 협의체 논의 테이블에는 의대 정원 증원, 의료사고 면책 특례 조항, 전문의 처우, 지역 의료 활성화 등이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첫 회의에선 의제를 정해놓고 논의하기보단 상견례 형식이 될 것이라고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혔다.
당초 협의체는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참여하는 '여야의정' 협의체로 출범할 예정이었으나,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불참 의사를 고수함에 따라 민주당도 당장은 협의체 참여에 미온적인 상황이다.
관련해 김상훈 의장은 이날 "민주당에 참석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낼 예정"이라며 "전제조건 없이 여러 가지를 열어놓고 의제를 편하게 논의할 수 있는 협의체일 것이기에 가능하면 민주당이 참여해 줬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계에서는 의학 학술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학장 단체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두 곳이 협의체 '출범 멤버'로 참여한다.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쥔 전공의들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이날까지도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재검토하지 않는 한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고, 의대 교수들도 여전히 협의체에 회의적이다.
이렇듯 야당과 전공의·의대생 등 단체가 참여하지 않으면서 '반쪽 협의체'라는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협의체의 실효성까지 의심받을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게 정부·여당의 설명이다.
먼저 윤석열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부를 대표해 협의체에 참여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최고위급 인사들이 참여함으로써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하고, 연내에 구체적인 성과를 내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당내 '정책통'으로 꼽히는 이만희·김성원(이하 3선) 의원과 의사 출신 한지아(초선) 의원 등 3명이 대표자로 내정됐다. 이들은 정부와 의료계의 입장을 중재해 지난 2월부터 이어져 온 의료대란 종식을 위한 '출구 전략'을 마련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협의체는 출범 이후에도 전공의·의대생들의 참여를 끝까지 기다릴 뜻을 내비쳤다. 협의체에 관여하고 있는 한 여당 관계자는 <매일일보>에 "많은 전공의가 현장에 다시 복귀하고 싶어 하지만, (신상이 공개되는 등) 괴롭힘을 당하는 게 우려돼 목소리를 못 내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가 소통하고 있는 사직 전공의들의 보호가 우선이고, 그들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했다.
협의체 출범과 맞물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의 불신임 투표도 향후 의정 간 논의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의원회 임시총회를 앞두고 대전협과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한목소리로 임 회장을 탄핵할 것을 선배 의사들에게 요청했다.
이들의 바람대로 임 회장이 물러난다면,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의협의 새 지도부와 연대해 정부와 협상 테이블에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