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에 "청와대 들어가면 X진다" 이전 제안 시사
국정개입 몰아붙인 민주당...명태균 “의견은 누구나 낼 수 있어”
매일일보 = 조석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7일 기자회견 이후로도 더불어민주당의 '살라미' 식 명태균씨 통화 녹취 공개가 이뤄지고 있다.
명태균씨가 지인과의 통화에서 김건희 여사에게 2022년 대선 전후 청와대에 들어가지 말 것을 강력히 촉구한 정황이 추가 공개됐다. 민주당은 당초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 발단을 제공한 측이 명씨라는 인식이다. 이를 명씨의 국정개입으로 규정하고 있어 또 다른 파장이 이어질 전망이다.
민주당이 지난 8일 공개한 통화녹음 파일에 따르면 명씨는 대통령실 이전과 관련해 "경호고 나발이고 내가 (김건희 여사에게) 거기 가면 X진다(죽는다의 속어) 했는데, 본인 같으면 X진다 하면 가나"라고 말했다. '거기'란 청와대를 일컫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3월 20일 당선인 신분으로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을 전격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청와대를 해체하겠다"며 취임 첫날부터 '단 하루'도 청와대 집무실에서 일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명씨는 청와대가 대통령실로 부적합하다는 이유를 "청와대 뒷산에 백악산(북악산)은 좌로 대가리가 꺾여 있고, 북한산은 오른쪽으로 꺾여 있다"고 들었다. 그는 "김종인 위원장 사무실에서 보니까, 15층이니까 산중턱에 있는 딱 그 청와대 잘보이데"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명태균씨의 무속적인 관점을 따라 윤 대통령이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이전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윤석열 대선후보 캠프에서 정책총괄본부장을 맡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2022년 1월 초 대선 공약으로 최초로 논의했고 제반사항을 검토해 1월 27일 공약으로 공식 발표한 것"이라며 "대선 이후 자신의 무속적 조언으로 집무실 이전이 결정됐다는 명씨 주장은 허언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당초 지난 31일 민주당이 윤 대통령과 명씨의 통화 녹취를 공개하면서 최근 정국은 격랑을 맞았다. 윤 대통령이 통화에서 김영선 전 의원에 대한 재보선 공천을 직접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 5일에도 명씨가 지인과의 대화에서 "내가 윤상현을 제일 친한 함성득한테 (복당해주라고) 시켰다", "자기(윤상현 의원)를 갖다가 공심위원장(공관위원장 시켜놨더니만 참나", "함성득 교수가 나를 미륵보살이라 한다"는 등 발언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다. 명씨가 국민의힘 2022년 재보선 공천에 깊이 관여한 정황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명씨는 지난 10일까지 연이틀 검찰에 출석해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한 장시간 조사를 받았다. 본인이 실소유주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가 실시한 윤석열 대선 후보 관련 81회 여론조사 비용 3억7000만원 중 2억6000만원을 국민의힘 지방선거 예비후바자들로부터 받은 혐의다. 김영선 전 의원의 매달 세비 수령액 절반을 건네받은 혐의도 있다.
명씨는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좋은 사람이 있으면 누구나 추천할 수 있고 대통령 부부도 사적인 대화가 있으니 주변에 물어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청와대 이전 관련 발언이 담긴 녹취에 대해선 "누구나 의견을 낼 수 있듯 수많은 사람이 하는 의견의 한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