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조재원 기자 | 서울시가 해마다 거세지는 ‘폭염’ 대비 관련 사업을 시행하면서 ‘쿨루프(Cool Roof)’ 시공(차열페인트)을 제외해 논란이다.
11일 서울시 자료에 의하면 올해 ‘2024년 건물에너지효율화(BRP) 융자지원 사업’ 공고(4월)를 통해, 민간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개선 공사 시 ‘장기 무이자 융자지원’(예산 300억 원)으로 에너지 절감 및 온실가스 감축에 나섰다.
해당 사업은 10년 이상 건축물이 대상이며, 민간 건물이 에너지 절감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공사 시 8년 무이자 장기 대출을 해주는 사업으로 시민들의 많은 관심을 받은 사업이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건축부문(단열창호, 단열덧창, 고기밀성 단열문) △단열재 △전기부문(LED) △신재생에너지 부분만 지원한다. 에너지 취약계층은 물론, 일반가정에서도 필요한 실내 온도 상승을 방지하는 차열페인트를 이용한 태양열 반사 방식의 ‘쿨루프(Cool Roof)’ 사업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서울시는 그간 ‘건물에너지 효율화 사업’에서 운영하던 ‘쿨루프 지원’을 2020년부터 중단하고 있다.
이는 최근 정부는 물론, 많은 지자체가 앞다투어 에너지 절감 효과가 큰 차열페인트를 활용한 ‘쿨루프 사업’을 시행해, 지역 주민들의 ‘폭염’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과는 ‘거꾸로 가는 정책’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페인트의 경우 국내에서 에너지 절감 인증(KS)을 받은 제품이 없다”라며 “미국이나 일본 기관의 친환경 인증으로는 사업 시행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반면, 타 지자체의 경우 제주 서귀포시와 강원 정선시 등은 차열페인트를 이용한 쿨루프 사업으로, 옥상 표면 온도 상승을 막아 실내 냉방 비용을 줄이는 에너지 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
특히, 서귀포시가 공개한 차열페인트 도장사업의 주민 만족도는 89.7점으로 만족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쿨루프 사업은 폭염에 취약한 노년층과 저소득층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기후 위기가 더해지는 최근의 상황을 볼 때 ‘KS’ 제품 도입도 시급하지만, 먼저 미·일 등 선진국 인증 제품을 민간 건물에도 적용해 실내 온도를 낮추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취약계층을 위한 쿨루프 사업은 시행할 예정이지만, 민간 건축물 융자지원(BRP)에는 KS 페인트 제품이 없어 곤란하다”고 잘라 말했다.
무엇보다 정부(환경부) 역시 폭염 대비 차원에서 차열페인트에 대한 지원금을 늘리고 있지만, 오히려 서울시는 정부 기조와 달리 지원을 축소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날로 거세지는 ‘폭염’에 대한 우려는 시민들의 반응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차열페인트 쿨루프를 자비로 시공한 서울 양천구의 한 시민은 “지독하게 더운 올여름이 그나마 쿨루프로 옥상이 덜 뜨거웠다. 실내 온도가 낮아져 다행이었다”라며 “쿨루프가 서울시 융자지원 사업에서는 제외돼 자비로 공사했다. 서울시가 ‘폭염’ 대응을 외면 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라고 아쉬움을 전하며 시의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도 차열페인트 ‘쿨루프 사업’은 반사율이 낮은 일반 옥상 표면보다, 최대 20도 이상 온도를 낮출 수 있어 효과가 뛰어난 ‘폭염 대비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환경 전문가는 “실내 온도를 낮추는데 효과가 큰 ‘쿨루프’를 융자지원 사업에서 제외한 시의 정책을 이해할 수 없다”라며 “이미 정부(환경부)는 물론, 타 지자체, 해외에도 활발하게 ‘쿨루프’에 대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올해가 가장 시원한 여름이라고 한다. 국내 기준이 없으면 해외 기준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서울시가 진정 시민을 위한 정책을 펴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의 ‘2024년 건물에너지효율화(BRP) 융자지원 사업’은 마감됐다. 내년 예산 반영 여부가 관심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