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 세계적으로 한국 라면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올해 라면 업계 지형 변화가 예고된다.
12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불닭볶음면을 대표로 하는 삼양식품이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으면서 국내 라면업계 1, 2위를 다투는 농심과 오뚜기를 제치고 영업이익 1위에 도약할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가 공개한 삼양식품의 올해 연간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매출 1조6561억원, 영업이익 3331억원이다. 지난해 매출 1조1929억원에 비해 38%, 영업이익 1475억원에 비해서는 125% 씩 급증한 수치다.
농심의 연간 매출 컨센서스는 매출 3조5052억으로 전년 대비 2% 성장하고, 영업이익은 2061억원으로 2%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뚜기는 연간 매출 3조5355억원, 영업이익 2646억원으로 각각 2%, 3.8% 씩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컨센서스에 부합한다면 삼양식품은 연간 매출은 농심과 삼양의 절반 수준이지만, 영업이익면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농심과 오뚜기를 뛰어넘게 된다.
삼양식품은 올해도 글로벌 메가 히트 상품 불닭볶음면이 해외 실적을 견인했다. 해외 매출 비중이 70%에 육박하는 삼양식품과 달리 농심과 오뚜기의 해외 비중은 각각 37%, 10% 수준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올해 1∼10월 농식품 누적수출액 조사에 따르면 라면 수출액은 지난달까지 10억2000만달러(1조4000억원)로, 작년 동기보다 30.0% 증가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라면은 미국과 중국을 넘어 유럽으로 수출이 늘고 있다. 신시장인 중남미에 대한 수출액은 작년 동기 대비 70.9% 증가했다.
농심과 오뚜기도 포화에 다다른 국내 라면 시장보다 해외 라면 시장 성장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농심은 오는 4분기 미국 2공장의 신규라인을 가동하고 월마트 매대를 확대하는 등 북미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선다. 또 2026년 상반기를 목표로 부산에 수출 전용 공장을 설립하는 등 해외 시장을 겨냥한 생산역량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오뚜기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생산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베트남에서는 해물볶음면·돼지갈비 짜장라면 등 현지화 제품을 내놓고 있고 최근 유럽·중남미·할랄 시장 등 신규시장 진출 기반을 닦고 있는 상황이다.
파죽지세의 삼양식품은 생산능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내년 5~6월경 밀양 2공장이 가동을 시작하면 전체 생산량이 40% 이상 증가하면서 미국, 유럽 등으로 수출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라면 외에 스낵∙식품 등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한 농심, 오뚜기와 달리 전체 매출에서 라면이 차지하는 비중이 90%를 초과하는 삼양식품은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필요하다. 리스크 관리를 위해 삼양식품은 소스 사업과 식물성 브랜드도 확장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라면시장은 내수 시장이 한계에 부딪혀 사실상 글로벌 성과가 기업의 성과로 직결된다”며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무관세 혜택이 없어지면 적잖은 타격이 가해질 수 있기 때문에 까다로운 통관에 대비하고 시장 다각화에도 힘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