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일가족 명의로 尹 부부 비방글 수백건 일파만파
친윤 "韓 게시판 해명해야" vs 친한 "본인 이름 걸고 그랬겠나"
매일일보 = 정두현 기자 | 국민의힘 당원게시판에 한동훈 당 대표와 가족 명의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향한 원색적 비방글이 다수 올라온 것을 두고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가 또 다시 갈등을 빚는 모습이다.
친윤계는 해당 문제로 인한 오해 확산을 막고 용산 비방으로 당을 갈라치기하는 세력을 발본색원하기 위해서라도 한 대표의 즉각적인 해명과 당무감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친한계는 한 대표와 그 가족이 실명을 걸고 이런 일을 벌일 이유가 없다며 한 대표를 엄호하고 있다. 현재 국힘 게시글 논란은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친윤 핵심' 권성동 의원은 전날(13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 부부를 향한 쌍욕 등이 몇백 건인가 몇천 건 있었다고 한다. 신속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소문과 추측이 더해져 당내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며 "당정 갈등이 봉합되는 과정에 이런 사건이 터져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 "한 대표에 대한 욕설이 있었다고 하면 당 지도부가 이렇게 미온적으로 대처했겠냐"며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당 지도부는 먼저 당무감사를 실시해 이런 분쟁의 근원을 제거해야 하지 않겠나. 있는 그대로 밝혀줘야 한다"고 당 차원의 조사를 촉구했다.
친윤 지도부 멤버인 김재원 최고위원도 같은 날 "당원의 탈을 쓰고 잠입한 간첩들인 욕쟁이 저질 당원들을 모두 색출해서 반드시 축출해야 한다"며 "지금 당은 (게시판 논란을) 그다지 중대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한 대표는 자신의 이름, 즉 '한동훈'으로 게재된 당원의 글은 자신이 쓴 것이 아니라고 확인을 해줬다"며 "한 대표가 쓴 글이 아니라면 더더욱이 그 한동훈 당원은 반드시 당에서 쫓아내야 되고 또 한 대표의 가족으로 전부 그 글 쓴 사람들도 반드시 색출해서 당에서 쫓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 갈라치기를 목적으로 한 '위장당원' 등 제3세력의 댓글공작이라는 게 그의 추측이지만, 결국 논란 진위를 밝혀야 한다는 주장으로 한 대표를 겨냥했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또 다른 친윤 지도부인 김민전 최고도 한 방송에서 한 대표가 자신의 주민등록번호 몇 자리만 제시하면 게시글 논란 일축이 가능하다고 해명을 촉구했다.
원외 친윤 인사인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은 한 대표를 정조준했다. 그는 자신의 SNS에 "'통상업무' 중인 한 대표에게 공개 질의한다. 당원 게시판에서 활동한 한 대표 온 가족 명의는 모두 동명이인인가. 원래 뭐 거는 것 참 좋아하지 않나. 이번에는 가족이 아니라는 것에 대표 직이라도 걸겠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정 기간 한 대표 가족들 이름으로 당원 게시판에 남긴 게시글 수는 한 대표 배우자 이름 100개, 한 대표 장인 이름 134개, 한 대표 장모 이름 367개, 한 대표 모친 이름 155개로 총 756개"라며 "이래도 아무 해명 없이 그냥 뭉개고 넘어갈 것인가"라고 한 대표의 해명을 거듭 촉구했다.
이번 논란이 불거진 것은 여당 당원 게시글 작성자 이름이 일시적 서버 오류로 노출되면서다. 평소 게시글 작성자 이름은 익명으로 처리된다. 이에 서버 오류 당시 작성자 '한동훈'과 한 대표 일가 명의로 게시된 글을 검색한 결과 윤 대통령 부부를 향한 비방글들이 대거 게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 대표는 측근들을 통해 자신이나 가족이 쓴 글이 아니라고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친한계는 한 대표의 전언을 인용해 '한동훈'이라는 동명이인 당원들이 '김 여사 개목줄' 등의 비방글을 작성했다고 반박한다. 아울러 한 대표와 그 친인척이 실명을 걸고 용산 저격글을 쓸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핵심 친한계인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당원 게시판에 쓸 수 있는 '한동훈'은 8명이다. 한 대표는 거기 등록한 적이 없다고 확인했다"며 "한 대표가 73년생인데, 8명의 등록된 한동훈 중에 73년생은 없었다. 이 시점에 이토록 크게 문제를 키우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와 당 대표 가족들이 자기 실명으로 저렇게 쓰고 하는 게 거의 초현실적인 얘기 아니냐"고 강조했다. 친한계 장동혁 최고위원도 "그런 비방의 글을 올리려면 한 대표가 실명으로 하기야 했겠냐"고 신 부총장에 동일한 입장을 냈다.
한편 당내 일각에선 더불어민주당과 극한대치 국면에서 당원게시판 논란이 계파 간 감정싸움으로 치닫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자중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소장파 중진 의원은 <매일일보>에 "지금 이재명 사법리스크와 김 여사 특검 등 중대시국을 맞은 상황에서 뭉쳐도 모자를 판에 당원들끼리 반목해서야 되겠나"라며 "매우 한심한 작태다. 틈만 나면 서로 헐뜯기 바쁘니 보수 품격은 사라진 지 오래"라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