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지난 1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선고가 있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한성진 부장판사)는 이 대표에게 "죄책과 범죄가 상당히 무겁다"며 이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 이 대표는 의원직 상실은 물론 향후 수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돼 차기 대선 출마도 불가능해진다. 이 선고로 민주당은 그야말로 '패닉'에 빠졌다.

민주당, 특히 친이재명(친명)계 입장에선 '판사가 윤석열 정권의 야당 탄압에 부역했다'거나, '판사의 사적 감정이 형량에 영향을 줬다'는 둥 볼멘소리를 할 수는 있다. 선고에 앞서 정치권에서 이 대표가 유죄를 선고받더라도 벌금형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꽤 우세했으니 이들이 받은 충격은 더 컸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도 결국은 사법 판결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것과 이 대표의 잠재된 사법리스크가 '선거법 위반' 사건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당장 오는 25일에는 이 대표 위증교사 사건 1심 선고가 난다. 민주당 내에서도 "위증교사 사건까지 유죄가 나오면 끝장"이라고 할 정도로 당내 위기감은 고조된 상황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당내에서 '대안을 위한 움직임'이 태동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사법 판결 확정으로 이 대표가 대권가도에서 낙마한다고 민주당의 수권(授權) 의지마저 꺾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 비명계 전직 의원들이 주축인 모임 '초일회'가 특강 등으로 공개 활동을 재개하고, 김동연 경기지사나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두관 전 의원 등 '이재명 그림자'에 가려있던 당내 대권주자급 인사들이 최근 두드러지는 행보를 하는 것도 '대안 모색 움직임'의 일환이다. 그런데 현(現) 민주당 주류인 친명계의 반응은 꽤나 극단적이다. "이재명 아니면 안 돼"를 외치고 있다. 김윤덕 사무총장은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당 대표 교체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이 대표를 결사 옹호했고, 강성 친명인 최민희 의원은 지난 16일 유튜브 채널 '오마이TV'에 출연해 "숨죽이던 비명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움직이면 죽는다. 제가 당원과 함께 죽일 것"이라며 노골적인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대법원의 형 확정까지 '이재명 리더십'를 존속하는 것은 민주당 내부의 결정 사안이다. 다만 보다 짙어진 이 대표 낙마 가능성을 고려해 '플랜B'를 준비하는 움직임까지 배척될 수는 없다. 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만을 추구하는 '사당(私黨)'이 아니라, '수권' 자체를 목표로 하는 대중정당이라면 현실화하는 위기를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