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용 기자 | 한미그룹 오너 가문의 경영권 분쟁이 심화되면서, 임직원 사이에서도 특정 세력을 지지하는 ‘편가르기’가 벌어지고 있다. 경영권 분쟁이 길어질수록 이같은 갈등의 골은 깊어질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1일 기준, 한미그룹 출입 기자들은 회사 명의로 된 3개 홍보 진영으로부터 회사 관련 소식을 받는다. △기존 한미약품 홍보부서 △송영숙-임주현-신동국 3자연합을 대변하는 홍보대행사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을 대변하는 홍보조직 등이다.
기존 한미약품 홍보부서는 자사의 의약품 출시 및 경영 실적자료를 배포하는 일반적인 기업홍보 업무를 담당한다. 갈등 초기엔 송영숙 회장 측 입장문도 배포했지만, 3자연합이 최근 홍보대행사를 섭외해 관련 업무를 일부 위임했다. 즉, 송영숙 등 3자연합(기존홍보부서-홍보대행사) VS 임종윤 형제 홍보부서로 조직이 나뉜 것이다.
문제는 3개 집단 모두 한미그룹(약품·사이언스) 이름을 내걸고 각자 정당성을 주장하며 언론을 들러리처럼 활용한단 점이다. 3자연합과 형제 측은 최근 한달간 서로에게 고소고발을 진행했다. 각 홍보 조직은 그때마다 언론을 향해 진실 보도를 촉구하며 ‘자기 주군 보호’에 나서는 자료를 배포한다.
서울 모 언론사 기자는 “한 진영에서 보도자료를 배포하면, 곧 반대 진영에서도 이를 반박하는 입장문이 어김없이 발송된다. 해당 싸움에서 중립을 지키는 언론사라면, 그날 제약업계 항목은 한미그룹 가문싸움 기사로 도배된다”고 말했다.
그룹 간 갈등은 임직원들에게도 전염되는 모양새다. 한 임원은 언론이 있는 자리에서도 상대측 대표자를 직함 대신 ‘그 양반’이라 칭하는 등, 개인적으로 유감을 표명하는 상황이다.
일부 직원들은 이미 지지 세력을 정해뒀으며, 반대 측 대표자의 경영 능력을 비판한다. 송 회장 측을 옹호하는 한 직원은 “임종윤 사장은 일 안하고 손 대는 것마다 다 말아먹어서 (임성기)전회장이 북경으로 쫓아낸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올해 초 한미그룹 내 싸움이 막 점화했을 무렵, 형제 측의 업무 태도가 대두된 바 있다. 한미그룹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임종윤 사장은 한미에 거의 출근하지 않았고, 본인이 사내이사로 재임하는 한미약품 이사회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상반기 5차례 열린 한미약품 이사회에 임종윤 사장은 단 1회 참석한 반면, 개인 회사인 DX&VX의 2023년 상반기 이사회에는 100% 참석률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형제 측을 옹호하는 임직원은 본래 문화 예술 분야 출신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의 경영능력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해당 직원은 송 회장에 대해 “회사가 좀 커지니 사진관이나 미술관, 고급식당 차리고 사교회를 했던 게 전부”라며 “창업자 흉내는 양심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임주현 사장보단, 북경 한미에서 10년 이상 일한 임종윤 사장의 경영 능력을 더 높이 평가하는 직원도 있었다.
최근 11월엔 한 언론이 그룹 경영권 갈등이 심화돼 올해 직원 300여명이 줄줄이 퇴사했다고 보도했다. 한미약품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며, 최근 3년간 퇴사자 수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했다. 실제 올해 3분기 회사 공시를 살펴보면, 한미약품의 주장은 사실이다.
한미 직원들은 오히려 절대 인원이 줄어들 수 없는 상황이라고 조소했다. 한 관계자는 “진영이 반으로 쪼개지면서 홍보 조직만 벌써 3개로 늘었다. 각 진영마다 새 직원을 더 뽑을텐데, 직원이 늘면 늘었지 줄어들리 없다”고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