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 명인∙충청남도 명장 젓갈 부부
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 “저희가 젓갈 기업 중에서 해썹(HACCP,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KS 인증을 최초로 받은 업체에요. 그 이후에도 인증 받은 곳이 몇 곳 없어요. 그만큼 받기가 까다로운 거죠”
지난달 28일 충청남도 아산에 위치한 굴다리영어조합법인(이하 굴다리식품)에서 만난 고삼숙 젓갈 명장은 4대째 내려오는 전통 기법을 사용하면서도 위생적이고 건강한 젓갈을 생산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굴다리 식품은 남편인 김정배 해양수산부 제5호 명인과 아내인 고삼숙 충청남도 식품가공 명장이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지금은 4대인 아들이 식품공학을 전공한 뒤 대를 잇기 위해 노하우를 배우고 있다.
직접 방문한 굴다리식품의 공장과 토굴은 고 명장이 자부심을 가질만한 규모의 시설이었다. 1932년 고 강명천 대표가 굴다리 식품을 창업한 후 고 김주학, 고 강옥순 대표가 제2대 굴다리식품을 전승 받아 만든 토굴에서 지금까지도 젓갈을 숙성시킨다.
고 명장은 “젓갈은 일정한 온도에서 숙성돼야 유익균이 많이 나오고 깊은 맛이 난다”며 “우리나라 전통 토굴은 연평균 13℃를 유지하기 때문에 젓갈 숙성에 최적화된 공간이기 때문에 아버님의 토굴을 지켜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시절 토굴은 사람이 다 일일이 파 내려가 만들었다”며 “토굴 일부를 찾아오시는 손님들에게 보여드리기 위해 지금 공사를 하고 있다. 직접 토굴에서 숙성되는 모습을 보시면 국산 젓갈의 힘을 더 느끼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발효가 된 젓갈을 가공하는 공장은 해썹 인증을 받아 위생적으로 관리되고 있었다. 직원이 많지 않은 규모지만 모두 위생복을 입고 청결을 우선으로 해 한눈에도 깨끗한 환경이 보였다. 이 같은 위생적인 환경은 굴다리식품은 전통을 지키면서도 더 많은 고객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이다.
아울러 남녀노소 누구나 우리 전통 젓갈을 쉽게 접하도록 노력도 기울인다. 모두 좋은 재료를 선별하고 위생적이고 높은 품질을 유지하지만, 백화점에 납품되는 김정배 명인 젓갈은 품질만큼 가격이 높은 반면 고삼숙 명장의 젓갈은 가성비 있는 가격으로 질 좋은 제품을 접할 수 있게 종류를 다양화한 것이다.
1~2인 가구가 늘고 소비자들이 집에서 음식을 하는 양이 적어 젓갈 사용양도 많이 줄어들었다. 이에 굴다리식품에서도 제품을 다품종 소용량 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가업을 승계 받는 아들은 젊은 고객들이 젓갈을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개량한 제품을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다. 최근 식품가에는 일본에서 짜먹는 명란이 유행한 후 멜젓, 명란젓, 오징어젓 등의 짜먹는 젓갈, 양념을 미리 해 나온 비빔 젓갈, 한끼분량으로 먹기 좋은 간편한 젓갈 등이 인기다. 굴다리식품 또한 트렌드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고 명장은 “제품 품질을 올리고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공급하기 위해 자동화 설비를 들여보기도 했지만 사람 손을 따라가는 것이 없다”며 “포장을 하거나, 액젓을 거르는 정도는 기계로도 하지만 결국 사람이 다 하나하나 버무려야 한다. 팔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아도 그게 전통과 품질을 지키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대가 변하면서 염도를 낮추고 포장용기를 작게 만들고, 소비자의 입맛에 맞춰 제품을 업그레이드하지만 끝까지 타협하지 않는 것은 위생과 품질이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