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박지성 기자 | 국내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전동화 전환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완성차 기업들은 내년 신형 전기차를 대거 출시한다고 예고하면서 캐즘 시기를 정면돌파해 나갈 방침이다.
1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기업들은 내년 출시될 신형 전기차 모델들을 잇달아 공개하면서 캐즘 극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컨벤션 센터에서 내년 출시 예정인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이오닉9' 디자인을 공개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9을 내년 초 국내에서 판매를 시작해 미국, 유럽, 기타 지역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아이오닉9은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110.3kWh 배터리를 탑재했으며 1회 충전 시 최대 532km 주행 가능하다. 아울러 350kW급 충전기로 24분만에 배터리 용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400/800V 멀티 초고속 충전 시스템이 탑재됐다.
현대차 아이오닉9은 대형 SUV인 만큼 넓은 실내 공간을 자랑한다. 아이오닉9은 전장 5060mm, 축간거리 3130mm, 전폭 1980mm, 전고 1790mm로 넓은 공간을 갖추고 동급 최대 수준의 2, 3열 헤드룸과 레그룸을 확보해 차량 전체 탑승객의 편의성을 대폭 높였다.
같은 날 기아도 고성능 대형 전기 SUV 'EV9 GT'를 공개했다. EV9 GT는 2025년 상반기 한국을 시작으로, 하반기 북미 등 주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출시될 계획이다.
EV9 GT는 160kW 급의 전륜 모터와 270kW 급의 후륜 모터로 구성된 듀얼 모터 조합을 통해 최고출력 508마력(ps)의 동력성능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이는 EV9 GT 라인(384마력) 대비 124마력 높은 것으로, EV9 GT는 고성능 모터와 고출력 배터리의 조합으로 역동적인 동력성능을 구현할 예정이다.
국내 중견 3사(르노코리아·KG모빌리티·GM한국사업장)도 전동화 라인업 확장을 통해 판매 실적 개선에 나선다. 먼저 르노코리아는 르노코리아는 내년 프랑스 르노의 전기차 '세닉 E-테크 일렉트릭'를 국내에 수입해 출시할 계획이다.
준중형 전기 SUV 세닉 E-테크 일렉트릭은 지난 2월 제네바 국제모터쇼에서 22개국 58명의 심사위원 평가로 최고상인 '2024 올해의 차'를 수상한 차다. 유럽(WLTP) 기준 1회 충전으로 625km를 주행할 수 있다.
KG모빌리티는 내년 상반기 중 전기 픽업트럭 'O100(프로젝트명)'을 국내에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O100은 토레스의 전동화 모델인 토레스 EVX를 베이스로 개발 중인데, 이에 따라 전체 외관도 토레스 EVX와 비슷한 형태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는 중국 비야디(BYD)가 생산하는 70㎾h 이상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GM한국사업장은 쉐보레의 중형 SUV '이쿼녹스 EV'를 출시할 계획이다. GM한국사업장은 최근 이쿼녹스 EV에 대한 환경부 전기차 1회 충전 주행 거리 인증도 마쳤다. 이쿼녹스 EV의 상온 기준 1회 충전 주행 거리는 복합 483km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출시와 함께 중국 BYD의 전기 모델 국내 출시가 맞물려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 업체들이 신형 전기차로 캐즘을 돌파하기 위해선 높은 품질을 자랑하면서 가격은 저렴한 모델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