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승구 기자]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지 두 달이 넘었다.
아직도 12명의 실종자들이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은 또다시 피해자 가족들과 국민들에게 불신만 안겨주고 있다.
세월호 참사는 정부의 무능력한 재난대응 시스템과 관피아(관료+마피아) 문제 등 대한민국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준 커다란 사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의 문제는 아직 제대로 손도 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야는 국회 차원의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를 정식으로 출범시켰지만 양측의 정략적인 판단 때문에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상황에서 일정조차도 제대로 정하지 못하는 등 전혀 진척이 없다.
특히 기관보고 일정을 놓고 여당은 늦어도 23일부터 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충분한 예비조사기간을 가진 뒤 월드컵 기간을 피해 다음달 14일부터 하자면서 양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다음 달 말에 치르는 재보궐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양측이 정쟁을 벌이는 꼴이어서 여야가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철저히 진상규명하겠다’고 피해자 가족들에게 했던 약속들은 어디로 갔는지 찾아볼 수 없다.
이뿐만이 아니라 국회 원 구성 조차도 여야의 첨예한 대립으로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어 세월호 특별법과 관피아 척결을 위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김영란법, 유병언법 등 주요 법안처리도 멈춰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정치권의 상황이 답답했는지 피해자 가족들이 직접 나서서 진상규명을 위한 자료수집에 나서고 있으니 이는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에서 고통 받고 있는 피해자들에게 정치권이 또다시 깊은 상처를 입히는 꼴이다.
또한 세월호 참사 이후에 연이은 지하철 관련 사고와 노인 요양병원·버스터미널 화재사고 등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사고가 일어나고, 아직도 사회 곳곳에 안전이 취약해 제2의 대형참사가 일어날 가능성이 만연하기 때문에 이 같은 정부와 정치권의 태도에 국민들의 불신만 커지고 있다.
국민 여론은 정치권이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가대개조를 하겠다’, ‘진상규명을 철저히 해 재발방지를 하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는데, 선거가 끝나자마자 안면몰수를 하고 있다고 정치권에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월드컵이 시작되고, 여름휴가 시즌이 찾아오면 우리들은 잊혀질 것이다. 하지만 우리를 절대 잊지 말아달라’고 외치던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의 절규를 잊지 않았다면, 그리고 지금도 계속되는 그들의 눈물 어린 호소를 듣고 있다면 정치권은 자신들의 모든 정략적 계산들을 내려놓고 지금 당장 사고 수습에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정치권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마지막으로 기회를 준 국민들에게 영영 거부 당하게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