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와 근화동 주민센터에 따르면 번개시장 상인과 주민들이 지난해 도시재생사업 공모 참여를 계기로 뜻이 모아져 시장과 마을 활성화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970년대 후반에 지금의 자리에 들어선 번개시장은 한 때 리어카 짐만 하루 200대에 광주리 노점상까지 합쳐 500여명이 북적이던 춘천 최대 야채, 과일 소매시장이었다.
서민 등지의 주민들이 새벽에 배를 타고 와 반짝 장터를 열어 번개시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2천년대 들어 대형마트의 등장과 시설 불편으로 노점과 손님이 급격히 줄면서 썰렁한 시장이 됐다.
시장 내 불화도 있어 상인회도 없어졌다.
시는 지난해 정부의 도시재생 선도지역 공모에 번개시장을 일대를 후보지로 선정, 신청했으나 탈락했다.
도시재생사업에 희망을 걸고 마을 대학을 만들어 공부하고 직접 프리젠테이션 시나리오까지 짜가며 준비했던 상인과 주민들은 낙담이 컸다.
하지만 주민들은 위기를 기회로 삼자며 더 의기투합 했다.
상인과 주민의 힘으로 번개시장을 완전히 다른 곳으로 바꿔보겠다고 나선 것.
올해 들어 상인회와 시장발전협의회를 다시 만들고 아이디어를 모았다.
첫 작업은 마을 박물관 만들기.
목공예 기술을 가진 주민이 재능기부를 자처해 시장에 장승을 세웠다.
시장의 터줏대감 상인은 박물관 사무실을 무료로 제공했다.
상인과 주민들이 각자 오래된 물건을 내놓았다.
시장 귀퉁이 아담한 공간은 150년 된 절구, 풍로, 소여물 통, 맷돌, 함지박 등 별의별 물건으로 채워졌다.
주민들의 손때가 묻은 진짜 마을 박물관이 만들어진 것이다.
번개시장 상인들은 오는 11일 오전10시 박물관 개관식을 갖는다.
시장 전체가 부풀어 있다. 잔치가 빠질 수 없는 법.
‘번개꽃이 피었습니다’라는 현수막을 걸고 즐거운 장터(오전8시~ 오후2시)를 연다. 시문화재단 기획자들이 품을 거들었다.
이 날은 상점별로 한가지이상 원가 할인 판매한다.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푸짐한 경품을 마련했다.
주민들로 구성된 밴드와 대학생 풍물패들이 흥을 돋운다.
올챙이국수, 부침개 등 추억의 먹거리 장터도 차린다.
상인회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난 1일부터는 광주리 좌판상에게 받아온 자릿세를 없앴다.
재미있고 친절한 시장을 위해 상인과 주민들의 사연을 받아 주민이 진행하는 라디오방송도 준비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시장 내 주차부지가 부족하다는 것.
번개시장발전협의회 양태식(56) 통장은 “주민 스스로 시장과 마을 재생 사업 계획을 더 꼼꼼하게 세워 다음 번 공모에는 반드시 선정돼 춘천의 대표 명소 거리를 만들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