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위기의 제조업 돌파구는 없나 ④
[매일일보 최수진 기자] 국내 경제를 이끈 제조업이 외형성장에만 주력한 나머지 혁신 동력을 잃고 중국시장만 바라보고 있는 꼴이 됐다.
눈앞의 수익성에 몰두해 혁신 동력 잃어
국내 기업들은 중국시장에서 일본보다 저렴하고 뛰어난 품질의 제품을 선보이며 아시아 제조업의 중심축으로 성장했지만, 최근 중국이 제조업 분야에서 급격한 성장세를 기록하며 전세가 역전되는 모양새다.
최근 수년간 한국 제조업의 성장성은 빠르게 둔화하며 해외 제조기업보다 낮아졌다.
LG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유가증권시장에 사장한 한국 494개 제조기업의 총자산증가율은 2011년 11.5%를 기록했지만, 이후 2012년과 2013년은 각각 1.2%, 3.3%로 급락했다.
반면 세계 64개국 1만5254개 제조기업의 총자산증가율은 2012년 3.7%, 2013년 5.1%, 올해 상반기 4.8%로 차츰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국내 제조업 사정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 제조업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불안한 입지다.
현재 한국의 과학기술 경쟁력은 미국에 4.7년 뒤처지고, 중국에는 1.9년 앞선 수준이다. 한국과 중국의 제조업 경쟁력 순위도 2000년 11계단 차이에서 2010년 3계단으로 바짝 좁혀졌다.
실제로 국내 기업들은 중국 업체들의 추격으로 위기에 봉착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장을 중국의 샤오미와 화웨이에 뺏겼으며, 세계 1위를 고수하던 조선업계도 중국에 밀려 2위로 내려앉을 전망이다. 철강업계에서는 저렴한 중국산 철강재에 철강산업의 근간이 위태롭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도 중국 정부가 앞장서 혁신 산업으로 선정해 본격적으로 육성하고 있어 2~3년 내에 기술력을 따라잡힐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기업 내부에서 혁신에 대한 의지가 부족했던 것도 현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스마트폰에만 편중된 수익구조 때문에 최근 어닝쇼크를 기록한 삼성전자는 수익성 제고를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구멍 난 실적을 메꾸기 위해 시장 호황에 활기를 찾은 반도체에 매달리고 있다. 평택에 첨단 반도체 라인을 건설하는 등 투자를 늘렸지만, 이 라인을 향후 수요가 더 증가할 시스템반도체보다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에 할당할 것으로 보여 당장의 실적 개선에 급급한 모양새다.
아울러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LED부문의 해외영업도 중단했다. LED는 삼성전자가 꼽은 5대 신수종 사업 중 하나다.
이외에도 중국의 공세에 조선업계는 세계 1위 자리를 내어줄 상황에 처해있지만, 국내 조선 업체들은 중국 업체들이 아직 따라할 수 없는 기술력을 이유로 “아직은 괜찮다”며 “현재의 위기는 조선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라는 반응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한국 제조업은 그동안 중국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는데, 중국이 빠른 속도로 따라붙어 당황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중국을 견제하면서도 수익을 내기 위해 중국 시장에 집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출에 의지해 왔던 만큼 업황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불황을 돌파할 혁신 동력도 없어 시장 상황이 좋아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중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단기적인 수익성보다 장기적 관점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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