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글로벌화 ③] '우물 안 개구리' 금융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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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글로벌화 ③] '우물 안 개구리' 금융권
  • 배나은 기자
  • 승인 2014.11.18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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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기 못 펴는 은행들...공염불 된 ‘글로벌화’
▲ 대출 과정에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국민은행 도쿄지점이 있는 덴키(電氣)빌딩.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KB·신한·하나금융지주 등 국내 주요 금융회사들은 올해 경영 화두로 ‘해외진출’을 꼽았다. 이들 금융사들의 해외진출 의지는 지난 십수년간 이어져 왔다. 그러나 이 같은 다짐이 무색하게 이들의 글로벌 경쟁력은 여전히 세계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영국 금융전문지 더 뱅커지에 따르면 세계 1000대 은행에 포함된 국내은행 10곳의 지난해 평균 총자산순이익률(ROA)은 전체 평균인 1.28%에 크게 못 미치는 0.38%였다. 순위는 조사대상 94개국 가운데 83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세계 100대 은행에 포함된 KB·산은·우리·신한·하나·농협 은행의 총자산 대비 해외자산 비중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4.3%에 불과하다. 그만큼 국내 시장 의존도가 높다는 의미다.반면 영국 HSBC의 경우 해외 시장 영업이익 비중이 2010년 78% 수준이며, 영국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은 약 40%를 해외에서 창출하고 있다. 프랑스 BNP파리바의 해외자산 비중은 53.5%(2009년 기준), 일본 미쓰비시UFJ는 전체 매출액의 31%를 해외에서 달성하고 있다. 중국 공상은행의 해외자산 규모는 전체의 6%(2013년 기준) 수준이다.국내 은행의 수익창출구조가 한계에 달한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수익구조를 유지할 경우 장기적으로 수익성 회복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실제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권우영 수석연구원은 ‘2014년 상반기 국내은행 경영성과의 특징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상반기 중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3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7000억원) 대비 37.0% 증가했으나 핵심 영업활동을 통한 수익창출 능력은 여전히 취약했다”며 “저금리로 순이자마진(NIM)이 사상 최저 수준을 보이고 최근 고정금리대출의 금리 산정이 적정수준으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이자이익 감소로 귀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은행의 수익창출 구조가 한계에 봉착해 있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순이자마진 하락 압력과 기업부실 가능성 지속 등으로 향후 국내 은행의 수익성 회복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그러나 이 같은 위기를 타개할 주요 대안으로 제시됐던 해외 진출 사업은 수년째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다.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해외 영업점포 수가 최근 5년새 은행별로 단 한 개꼴로 늘어나는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국민은행의 국외 영업점포 수는 상반기 기준 12곳으로 지난 2009년(11곳)과 비교해 단 한 곳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이 18개에서 19개, 우리은행은 22개에서 23개로 각각 1개씩 늘어나는 데 그쳤다. 기업은행 역시 지난 2009년 8개에서 올 상반기 9개로 단 한 곳만 증가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10곳에서 8곳으로 되레 2개 감소했다.
특히 수익성은 뒷걸음질쳤다. 지난해 국내 은행들의 해외점포 순이익은 4억5000만 달러로, 전년(6억4000만 달러) 대비 30%나 감소했다.글로벌 금융중심지인 영국이나 미국, 홍콩 등은 물론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되는 미얀마 등지에서조차 국내 은행들의 경쟁력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최근에는 미얀마중앙은행이 9개 외국계 은행에 대한 지점설립 예비인가를 내줬으나 신한, 기업, KB국민은행 등 지점설립을 원했던 국내 은행들은 단 한 곳도 포함되지 못했다.전문가들은 이처럼 국내 금융사의 해외 영업이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게 된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현지 토착화 실패를 꼽고 있다.금융감독원이 매년 발표하고 있는 국내은행 해외영업점 ‘현지화지표 평가결과’를 살펴보면 해외점포들은 평가가 시작된 2008년 이후 매년 3등급으로 평가를 받으며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초국적화지수는 평가 시작 후 내리 4년 동안 5등급을 받다가 2012년에야 4등급으로 한 단계 올랐고, 지난해 상반기에는 3등급이 됐으나 평가지표 등급 구간을 조정한 영향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이 같은 현지화 실패는 국내 은행의 해외 영업점들이 현지은행과 경쟁하는 대신 현지 교포를 대상으로만 영업을 하는 등 손쉬운 영업에 집중한 영향이 크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등급개선을 위해 현지화 추진 실적을 적극 반영한다고 했지만 강제성이나 페널티를 부여하지 않아 이 같은 상황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잦은 금융사고 역시 글로벌 경쟁력 하락에 일조하고 있다.실제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국내 은행 건전성은 금융권의 개인정보 유출사건 등으로 지난해 113위에서 122위로 하락했다.최근에는 중국 금융감독 당국으로부터 자산건전성 관리가 허술할 뿐만 아니라 잦은 법인장 교체 등으로 경영의 연속성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국내 은행들의 중국법인 경영실태에 대해 유의해 관리해 달라는 요구를 받기도 했다. 국민·기업·우리은행 등 시중은행의 경우 6700억원에 달하는 일본 도쿄지점 부당대출로 영업정지 재제를 받거나 이 같은 제재가 유력한 상황에 처해있다.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지 시장에서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진출 금융사마다 고유한 핵심 비즈니스를 갖춰야 하고 이를 통해 현지에서 경쟁력 있는 분야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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