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와 협의해야” VS. “피보험자인 은행이 1차 판단”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농협에 이어 우리은행에서도 올 들어 유사한 텔레뱅킹 무단 인출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사고 이후 처리 과정에서 우리은행과 배상보험 담당 보험사인 삼성화재가 ‘시간 끌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올해 8월 22일 강모(49)씨의 우리은행 계좌에서 총 498만원이 텔레뱅킹을 통해 낯선 사람의 계좌로 이체됐다. 이에 강 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으나 파밍 시도 위치가 중국이었다는 사실정도만을 알아낸 채 수사는 종결됐다.그 사이 강 씨는 피해 사실을 우리은행에 알렸고, 우리은행이 전자금융거래 배상책임보험을 가입한 삼성화재 측 손해사정사가 피해자에게 찾아와 안내를 시작했다. 그러나 몇 개월이 지나도록 배상 관련 사항은 진전을 보이지 않았다.강 씨는 “손해사정사가 매번 좀 더 기다려 달라며 같은 말을 반복한 것이 4개월이 다 되어 가고, 그 사이 우리은행은 따로 연락도 주지 않아 궁금증에 계속 전화를 먼저 걸어야 했다”며 “배상이 된다고 했다가 또 판례 적용 여부를 알아봐야 한다는 말을 반복하며 계속 피해자를 방치하는 상황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트렸다.실제 파밍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의 보상 문제는 기약 없이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 지난해 7월과 11월에도 농협 텔레뱅킹에서 무단인출 사고가 발생했으나 사고 원인을 두고 책임공방이 이어지면서 여전히 제대로 된 보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근본적인 이유는 사고 원인에 대한 책임 소지를 두고 피해자와 금융권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그러나 일각에서는 해당 은행 계좌에서 발생한 사고지만 배상은 보험사에서 한다며 은행 측이 사고 후처리에 대한 통합 관리에 나서지 않는 것 역시 사고처리를 지연시키는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실제 우리은행은 올 들어 텔레뱅킹 피해에 대한 보상 규정을 마련했지만, 이는 피해가 발생할 경우 피해 보상에 대한 매뉴얼이라기보다는 해당 건을 보험사에 넘길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위한 '항목 분류'라는 입장이다. 즉, 사건 발생 이후 은행 과실임이 완전히 밝혀질 때까지는 실질적으로 피해자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 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