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파문’ 靑 대응에서 ‘초원복집 사건’의 추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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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 파문’ 靑 대응에서 ‘초원복집 사건’의 추억이…
  • 한아람 기자
  • 승인 2014.12.02 1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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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충격적인 문건 내용보다 불법유출에 대해서만 ‘불호령’
22년 전 지역감정 조장 관권 선거 스캔들과 ‘닮은 꼴’ 대응 눈길
▲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이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장 수여식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매일일보 한아람 기자] 박근혜정부 비선라인의 실세로 꼽히는 정윤회씨가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담긴 청와대 문건이 유출돼 정치권 일대가 술렁이고 있는 가운데, 이 사안에 대한 청와대의 대응방식이 김기춘 비서실장의 ‘과거’를 연상시켜 주목된다.야당은 이번 ‘정윤회 파문’을 ‘현대판 십상시(후한 말 권력을 쥐고 전횡을 일삼던 열 명의 환관)’라고 규정, 실체파악을 위한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 및 국정조사 등을 요구하는 동시에 “비선라인이 전횡을 일삼으면, 비서실장이 그것을 컨트롤할 책임이 있는데 김기춘 비서실장은 자신의 업무를 기만했다”며 김 실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사태의 심각성 의식한 듯 청와대는 조속한 대응 전략을 구축했다. 비선라인의 국정개입이라는 유출 문건의 ‘내용’보다는 불법유출이라는 ‘형식’에 집중하는 것.박근혜 대통령은 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문건 외부 유출 같은 공직기강의 문란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적폐 중 하나”라며 “누구든지 부적절한 처신이 확인될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일벌백계로 조치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비선라인의 국정개입 의혹이라는 충격적 스캔들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의 언급이 없이 “문건을 외부로 유출한 것은 어떤 의도인지 모르지만 결코 있을 수 없는 국기문란 행위”라며 ‘불법 유출’이라는 형식에 대한 엄중 처벌만을 주문한 것이다.이는 국민의 시선이 집중된 ‘비선라인’ 문제에서 ‘불법유출’ 쪽으로 프레임을 전환해, 국면 전환을 시도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될 수 있는데 이는 김기춘 실장이 중심이었던 과거 한 사건의 성공적 돌파 사례(?)를 떠올리게 된다. 22년 전, 제 14대 대선판을 뒤흔들었던 정치 스캔들, 이른바 ‘초원 복집 사건’ 말이다.‘초원 복집 사건’이란 1992년 제 14대 대통령 선거를 1주일 앞두고 당시 법무부 전 장관이었던 김기춘 실장을 비롯한 정부 기관장들이 복집에 모여 김영삼 자유민주당 후보 당선을 위해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정주영 통일국민당 후보·김대중 민주당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을 유포시키자고 결의하는 등 ‘관권 선거’를 모의한 것이 도청에 의해 세상에 폭로된 사건이다.
당시 김기춘 비서실장은 이 비밀회동에서 “우리가 남이가”, “부산 경남 사람들 이번에 김대중이 정주영이 어쩌냐 하면 영도다리 빠져죽자”, “민간에서 지역감정을 부추겨야 돼”라는 등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발언 일삼으며 관건선거를 주도했다.이로 인해 보수층의 부정한 선거활동이 세상에 폭로됐지만, 여론은 생각지 못한 곳으로 흘렀다. 위기에 몰린 김영삼 후보 측은 이 사건을 ‘음모’라고 규정했으며, 보수층 주류 언론은 관건선거의 부도덕성보다 정주영 후보측의 도청이 더 비열하다는 보도를 일제히 내보냈다.그 결과 정주영 후보측은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또 김영삼 후보에 대한 영남의 지지층은 결집돼 결국 관건선거를 주도했던 민주자유당 진영이 제 14대 대통령을 배출하는 아이러니한 결과가 벌어졌다.그로부터 2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으나 김기춘 비서실장이 사용하는 전략은 변하지 않은 셈인데, 이 전략이 이번 사례에도 약효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초원복집 사건에서 ‘관건선거’라는 내용의 부도덕성 보다 ‘도청’이라는 형식의 부도덕성에 치중해 국면전환에 성공한 요인은 대선이라는 ‘단기승부’에서 ‘주류언론의 조력’과 대한민국 정치를 수렁에 빠뜨리는 ‘지역감정’이라는 괴물의 결합이 있다.그러나 현재의 돌아가는 상황은 여권 내부 권력투쟁 과정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들을 오히려 주류언론들이 전면에 나서서 관련 의혹들을 선제적으로 터뜨리고, 이를 소재로 야당이 공격하면 여권에서는 수세적으로 대응하는 식이다.김기춘식 우회돌파 전략이 이번 만큼은 다시 통하기 어려워 보이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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