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충격적인 문건 내용보다 불법유출에 대해서만 ‘불호령’
22년 전 지역감정 조장 관권 선거 스캔들과 ‘닮은 꼴’ 대응 눈길
[매일일보 한아람 기자] 박근혜정부 비선라인의 실세로 꼽히는 정윤회씨가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담긴 청와대 문건이 유출돼 정치권 일대가 술렁이고 있는 가운데, 이 사안에 대한 청와대의 대응방식이 김기춘 비서실장의 ‘과거’를 연상시켜 주목된다.야당은 이번 ‘정윤회 파문’을 ‘현대판 십상시(후한 말 권력을 쥐고 전횡을 일삼던 열 명의 환관)’라고 규정, 실체파악을 위한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 및 국정조사 등을 요구하는 동시에 “비선라인이 전횡을 일삼으면, 비서실장이 그것을 컨트롤할 책임이 있는데 김기춘 비서실장은 자신의 업무를 기만했다”며 김 실장의 사퇴를 촉구했다.사태의 심각성 의식한 듯 청와대는 조속한 대응 전략을 구축했다. 비선라인의 국정개입이라는 유출 문건의 ‘내용’보다는 불법유출이라는 ‘형식’에 집중하는 것.박근혜 대통령은 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문건 외부 유출 같은 공직기강의 문란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적폐 중 하나”라며 “누구든지 부적절한 처신이 확인될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일벌백계로 조치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비선라인의 국정개입 의혹이라는 충격적 스캔들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의 언급이 없이 “문건을 외부로 유출한 것은 어떤 의도인지 모르지만 결코 있을 수 없는 국기문란 행위”라며 ‘불법 유출’이라는 형식에 대한 엄중 처벌만을 주문한 것이다.이는 국민의 시선이 집중된 ‘비선라인’ 문제에서 ‘불법유출’ 쪽으로 프레임을 전환해, 국면 전환을 시도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될 수 있는데 이는 김기춘 실장이 중심이었던 과거 한 사건의 성공적 돌파 사례(?)를 떠올리게 된다. 22년 전, 제 14대 대선판을 뒤흔들었던 정치 스캔들, 이른바 ‘초원 복집 사건’ 말이다.‘초원 복집 사건’이란 1992년 제 14대 대통령 선거를 1주일 앞두고 당시 법무부 전 장관이었던 김기춘 실장을 비롯한 정부 기관장들이 복집에 모여 김영삼 자유민주당 후보 당선을 위해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정주영 통일국민당 후보·김대중 민주당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을 유포시키자고 결의하는 등 ‘관권 선거’를 모의한 것이 도청에 의해 세상에 폭로된 사건이다.22년 전 지역감정 조장 관권 선거 스캔들과 ‘닮은 꼴’ 대응 눈길
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