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선 미망인 ‘후계 프로젝트’ 추적
상태바
대한전선 미망인 ‘후계 프로젝트’ 추적
  • 권민경 기자
  • 승인 2005.12.0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계 “양귀애 고문, 3세 후계구도 포석' 관측

<대한전선 “양 고문, 경영 관여 안 해” 주장>

대한전선의 경영권을 놓고 이런 저런 말들이 계속되고 있다. 대한전선은 지난해 3월 설원량 회장의 별세 이후 전문 CEO인 임종욱 사장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그러나 설 회장의 미망인 양귀애 고문(58)이 올해 들어 대외활동을 활발히 하면서 실질적 경영권은 양 고문에게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양 고문은 일주일에 2~3번 회사에 나와 중요한 사항에 관한 업무 보고를 받고 있다. 또 올 들어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비롯한 3번의 해외출장을 통해 현지법인 직원들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 이런 추측에 무게를 실어줬다.

그러나 대한전선에서는 양 고문이 대내외적으로 회사의 경영자로 비춰지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고 있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회사 경영은 어디까지나 전문 CEO인 임 사장이 맡아 하고 있다” 며 “양 고문의 활동은 단지 회사의 대주주로서 직원들이나 회사에 관심을 갖는 정도지 그 이상의 확대해석은 억측이다” 고 일각의 소문들을 부인했다.

“저희는 흔히 이렇게 얘기해요. 양 고문은 우리 대한전선의 구심점이라고...” 대한전선 홍보실 관계자의 말이다. “그러나 ‘구심젼이라는 것이 ‘정신적 지주’의 의미지, 결코 양 고문이 경영권을 쥐고 있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고 이 관계자는 못 박았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양 고문의 활동 폭이 넓어진 것을 두고 앞으로 회사를 물려받을 것이 기정사실화 돼있는 두 아들을 염두에 두고 입지를 다져놓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양 고문은 양정모 전 국제그룹 회장의 여동생으로 설 회장과 결혼한 이후 수 십 년을 가정주부로 지내며 단 한번도 회사경영에 관여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설 회장의 별세 이후 서서히 대외활동을 시작하면서 ‘주목받는’, ‘눈에 띄는’ 여성 CEO로 언론에 심심찮게 보도돼 왔다.

실제로 양 고문은 지난 11월 남아프리카 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대한전선 해외법인을 방문해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아 주는 등의 모습을 보였고, 또 최근에는 중국 상하이 국제 전선업계 회의에도 참석하며 그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 2002년 대한전선이 야심 차게 인수한 무주리조트 역시 양 고문이 각별한 관심을 갖고 돌본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대한전선 관계자는 “회사에 대한 소유권이 있다 해서 경영권까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며 “더욱이 양 고문은 지금까지 경영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은 평범한 주부였기 때문에 회사 일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지 못하다.

이는 양 고문 스스로도 알고 있는 일이다” 고 설명했다. 때문에 양 고문이 일주일에 두어 차례 회사에 나오고, 현지법인을 둘러보고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회사의 대주주로서 관심을 갖고 알아두는 것이 좋다는 판단에서고 경영활동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또 “임 사장은 경리부와 비서실장 등을 거치며 설 회장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필했고, 때문에 생전의 설 회장 경영철학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 이라고 말했다. 또 “그런 이유로 주주들이 한결같이 신임하는 전문 경영인”이라며 “회사에서는 임 사장이 전문CEO로서 최대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믿고 도와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양 고문의 생각이기도 하다” 고 밝혔다.

양 고문이 특별히 애착을 갖고 있다고 알려진 ‘무주리조트’에 대해서도 소문을 일축하며 “무주리조트 역시 레저사업을 총 지휘하고 있는 전문 경영인이 따로 있다” 며 “리조트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이지 경영에 관여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고 말했다.

그러나 회사 측의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양 고문이 경영전반에 나서지 않는 이유는 아직까지는 회사가 돌아가는 사정에 대해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는 눈이 많다. 다시 말해 설 회장과 양 고문의 두 아들이 아직 어리고 경험은 없어도 차후 회사를 물려받을 것이 기정사실화 돼 있기 때문에 언제까지 한 발짝 물러서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양 고문의 장남 윤석(25) 씨는 올해 8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곧바로 대한전선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스테인리스 사업부 등 여러 부서를 거치며 실무를 익히고 있는 그는 현재는 경영전략본부 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차남 윤성(22)씨는 미국 와튼 스쿨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영권을 이어받을 두 아들이 일선에 투입될 때까지 회사와 오너 일가의 위치를 흔들림 없이 지켜내야 하는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재계에선 대한전선의 후계구도와 관련, 두 아들이 회사에서 확실한 입지를 다질 때까지 양 고문이 계속해서 그 활동 폭을 넓혀 갈 것으로 보는 것이다. 물론 현재는 양 고문이 대표이사로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임 사장에게 회사 운영을 전적으로 맡기고 있지만 앞으로 양 고문의 활동과 영향력이 어느 정도로 확대될지는 쉽게 가늠할 수 없다.

양 고문이 향후 경영전반에 나설 가능성이 있느냐는 물음에 대한전선 관계자는 역시 “‘현재’로서는 결코 아니다” 면서도 “마치 정치인에게 앞으로 ‘대통령 선거에 나갈 것인지, 아닌지를 물어보는 것처럼, 이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심층취재, 실시간뉴스 매일일보 / www.sisaseoul.com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