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최수진 기자] 김영한 청와대 민정 수석비서관이 9일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해 국회 운영위 출석을 거부하며 사의를 표명하는 ‘항명사태’에 파장이 일고 있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여야 합의에 따라 ‘정윤회 문건’ 유출자를 회유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김 수석의 출석을 지시했다. 그러나 김 수석은 이를 거부하고 사의를 밝힌 것.
진영 전 보건복지부장관이 지난해 9월 셀프퇴진 항명 이후 전례를 찾기 힘든 항명 사태로 해석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져 박근혜 대통령의 올해 국정운영에 대한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김 수석은 이날 오후 국회에 출석하라는 여야 합의사항을 김 실장으로부터 전달받은 뒤 “사퇴하겠다”며 “국회에 가서 답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 수석은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을 통해 국회출석 거부 및 사의표명 배경과 관련해 “문건유출 사건 이후 보임해 사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본인의 출석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는 것은 말 그대로 정치 공세”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25년간 특별한 경우 외에는 민정수석이 국회에 출석하지 않는 것이 관행으로 정착돼 왔던 것인데, 정치공세에 굴복해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출석하지 않겠다”며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하는 것이 도리”라고 덧붙였다.
김 수석은 대검 강력부장 출신으로 지난해 6월 3기 참모진 출범시 청와대에 입성했다.
청와대는 김 수석이 여야 합의사항과 김 실장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며 인사권자인 박 대통령에게 김 수석의 해임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사표를 받고 대통령에게 해임을 건의할 것”이라며 “민정수석은 정무직이고 정무직은 해임하는 게 최대의 문책 조치”라고 말했다.
민 대변인도 공식 브리핑을 통해 “인사권자에게 해임을 건의하고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항명사태에 새정치민주연합은 “공직기강의 문란함이 생방송으로 전국민에게 중계된 초유의 사태”라며 “청와대 공직기강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비판했다.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새누리당은 비선의혹에 대한 야당의 특검도입 압박과 청와대를 향한 안팎의 쇄신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을 우려하며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