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 그룹총괄, 차남 유통, 삼남 부동산 역할분담
<실질적 오너 장남 채형석, 변수 가능성 무시 못해>애경그룹이 본격적인 2세 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최근 장영신(70) 그룹 회장의 막내 아들 채승석(35) 애경개발 부사장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2세 경영이 확립된 것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계기로 장 회장의 역할은 차츰 축소되고 사위를 비롯한 3명의 아들이 각기 맡은 부문에서 그룹을 주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애경그룹은 지난 2003년까지 장남 채형석(46) 부회장과 사위 안용찬(47) 사장이 애경의 두 주력기업을 각기 맡아 투톱 체제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3월 정기 주총에서 차남 채동석 사장이 애경백화점 대표이사로 승진하면서 업계의 주목은 채 사장에게 쏠렸고, 이번에 삼남까지 사장으로 승진하며 후계구도는 채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사각구도가 형성됐다.
장 회장은 최근 경영전반에 나서는 일이 줄어들었다.
요즘에는 일주일에 사흘 정도만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으며 결재나 보고도 거의 받지 않는 등 경영에서 손을 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장 회장은 이미 “시대가 바뀌면 새로운 사람이 일을 맡아야 한다” 고 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대외적으로 그룹 총괄은 채 부회장이 맡고, 세제.화학.생활용품 부문의 애경산업은 사위 안 사장, 그룹 간판이자 장 회장이 유독 애착을 갖고 있다고 알려진 애경백화점 등 유통부문은 채 사장이 맡아왔다.
채 부회장의 경우 지난 86년 애경유지 사장으로 취임 후 경영전면에 나서면서 그동안 그룹의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
또 93년 구로 애경유지 공장을 지방으로 이전시키면서 남은 부지에 애경백화점을 세워 그룹이 유통업에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룹 부회장으로 오른 2001년에는 AK면세점과 2년 뒤인 2003년에는 수원애경역사를 세웠다.
이와는 별도로 제주도와 함께 설립한 제주항공을 통해 2006년 6월부터 민간항공 사업도 추진하는 등 신사업 발굴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렇게 경영인으로서의 자질을 인정받으며 그룹을 총괄해 왔지만, 지난해 초에 터진 ‘센트럴시티 사건’으로 타격을 입었다.
당시 채 부회장은 센트럴시티 인수과정에서 투자 대가로 전 지방행정공제회 이사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이로 인해 갑작스럽게 그룹 내 위치가 흔들리면서 위기를 겪었다.
더욱이 당시 동생인 채 사장이 경영전반에 부각되면서 채 부회장의 그룹 내 입지가 흔들이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장 회장의 3남 1녀 중 그룹 경영권이 누구에게 돌아갈지는 장담할 수 없는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물론 애경그룹은 “채 부회장이 그룹의 모든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며 채 부회장이 그룹의 실질적인 오너임을 강조하고 이런 소문을 일축한 바 있다.
한편 차남 채동석 사장은 2003년 그룹의 간판인 애경백화점을 물려받아 유통부문을 맡고 있다.
채 사장은 지난 2002년 애경의 면세점 사업부문인 'AK면세점' 대표이사직을 지난 2003년에는 애경그룹과 철도청이 공동출자한 수원역사 대표이사직을 형인 채 부회장에게서 넘겨받았다.
이렇게 해서 애경그룹의 주력사업인 애경백화점 면세점 수원역사 등 유통부문은 채 사장이 모두 지휘하고 있다.
사실 애경백화점은 장 회장의 유난히 애착을 갖고 있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창업자이자 남편인 고 채몽인씨가 과거 비누와 세제를 만들던 공장터를 백화점으로 만들었는데, 이것이 현재 애경백화점 본점인 서울 구로점이다.
최근 대표이사가 된 막내 채승석 애경개발 사장은 1994년 애경산업에 입사한 뒤 계열사인 애드번처 월드 와이드 AE와 애경개발 전무 등을 거쳤다.
이번에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향후 골프장 운영과 부동산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한 가지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형인 채 부회장이 대표로 있는 부동산 개발회사인 ARD홀딩스와 AK네트웍과의 관계다.
채 부회장 역시 대형 부동산 개발산업에 눈을 돌려왔기 때문에 동생 채 사장에게 부동산 사업을 일임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애경그룹은 사위를 비롯한 3명의 아들들이 각각 역할 분담을 이뤄 그룹을 주도해 나가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실질적인 오너는 장남 채 부회장으로 그룹 주요 사안에 대한 최종결정권 역시 채 부회장이 쥐고 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기업 환경 변화와 유통업계의 변화 등이 애경그룹 후계 구도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역시 여전히 무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권민경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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