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속 최장수 시한부·임시·식물 총리 오명
[매일일보 김경탁 기자] 정홍원 국무총리가 3일 정의화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를 방문해 고별인사를 했다. 이날 정 총리의 표정은 박근혜정부 초대 총리로 보낸 2년을 마무리하는 것이 홀가분하지만은 않은 듯했다.
이날 정 총리를 만난 정의화 의장은 “2년 동안 세월호 참사만 없었다면 마음이 편했을 텐데…전 국민 아픔을 같이 해서 총리님의 노고가 많았다”며 “그만두시면 이제 푹 쉬고 재충전을 하시라”고 인사했다.
정 총리는 “산적한 난제들이 남아있어서 홀가분하지는 않다. 이제 많이 좀 도와달라”고 인사하면서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이 한 단계 더 성숙한 계기가 됐다. 뿌리 속 의식도 달라졌고 우선 정부부터 안전을 최고의 가치관으로 하게됐다”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정 총리는 후임자인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게 천지개벽할 정도(?)의 급변사태가 일어나지 않는 한 다음 주가 되면 고대했던 ‘이임’을 하게 된다.
박근혜정부 초대 총리로 취임한 이후 거의 만 2년에 가까운 시간을 재임하고 있는 정 총리는 재임기간 전후로 3명의 총리후보 낙마자를 거쳐 보내는 등 ‘억세게 질긴 관운’을 이어왔다.
경남 하동 출신으로 성균관대 법정대를 졸업한 후 30년간 검사로 활동했으며 공직을 떠난 후엔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거쳐 변호사로 활동했던 정 총리가 박근혜 대통령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2012년 4·11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으면서이다.
김용준 초대 총리 지명자의 낙마로 발탁된 정 총리는 박근혜 정부 출범 바로 다음 날인 2013년 2월 26일 임명장을 받는데,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책임총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느냐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던 와중에 지난해 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터졌다.
정 총리는 사고 당일 진도실내체육관에서 분노한 실종자 가족으로부터 물세례를 받고 곧바로 자리를 뜨거나, 청와대로 가겠다는 가족들이 경찰과 대치중일 때 몇 시간 동안 승용차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여 비난을 샀다.
결국 참사 이후 11일 만인 지난해 4월 27일 정 총리는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으며, 박근혜 대통령은 사고 수습 이후 사표를 수리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세월호 참사 수습을 이어가되 총리로서 최소한의 역할만 수행해 ‘식물총리’라는 오명까지 들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후임 총리로 지명한 안대희 전 대법관과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이 연거푸 각종 논란으로 낙마하면서 같은 해 6월26일 결국 유임 발표됐고, 정치권 안팎에선 그의 유임을 두고 “세월호 참사에 책임 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이후에도 지난해 말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과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으로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여의도발 개각설이 불거지자, 교체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정작 정 총리는 경제·사회부총리와 함께 3인 정례 협의체를 가동하는 등 의욕적인 행보에 나섰다.
거취에 대한 기자들에 질문에 “소이부답”이라고 답하며 교체설을 일축했던 정 총리는 그러나 연초에도 담뱃세 인상과 연말정산 ‘세금폭탄’ 논란 등 악재가 이어짐에 따라 단행된 청와대 인적쇄신으로 결국 옷을 벗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