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 고객이탈, ‘리딩뱅크’ 물건너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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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은행 고객이탈, ‘리딩뱅크’ 물건너 가나?
  • 권민경 기자
  • 승인 2005.12.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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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대립 ‘현지화 전략 실패’, 고객 이자 논란

한 지붕 두 가족 갈등 심각 추락의 끝은?

대출이자 환급은 단순한 전산오류에 불과한 것이다. 노조가 주장했던 변동금리부 대출을 고정금리로 높게 받은 것이 아니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의 말이다.

한국씨티은행은 3개월에 1차례 시중금리에 연동해 금리를 조정하기로 돼 있는 변동금리부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2002년 말부터 올해 3월까지 시중금리가 1%포인트 가까지 떨어지는 동안 7.9%의 고정금리를 적용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 사실은 지난 7월부터 옛 한미은행 노조에 의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지만 한국씨티은행 측은 부인해 왔다.

그러나 지난 19일 “옛 씨티은행 서울지점의 주택담보 대출계좌 중 이자가 잘못 납부된 1만5천 명의 고객에게 12억8천만원을 되돌려 주기로 했다” 고 밝혔다.

하지만 고객들로부터 이자를 더 받아온 이유에 대한 한국씨티은행측과 옛 한미은행 노조 측 주장이 엇갈려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 측은 이것이 이자산정에 있어 단순한 오류가 발생한 것이라 주장한 반면 한미은행 노조는 회사 측의 의지로 변동금리 상품에 사실상 고정 금리를 적용해 74억에 달하는 불법 이득을 취했다는 것이다.

노조는 이와 관련해 한국씨티은행과 씨티은행 리처드 잭슨 전 소비자금융그룹 대표 겸 수석부행장을 사기혐의로 서울지검에 고발한 바 있다.

사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해 10월 한미은행과의 통합과정에서부터 노사갈등이 불거져 1년이 넘도록 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그에 따라 영업력은 눈에 띄게 저하됐고 고객만족 역시 크게 낮아졌다.

최근 조사한 2005년 고객만족도 은행 서비스업 부문 조사에서 7년동안 고수하던 1위 자리를 신한은행(71점)에 내주고 4위로 주저앉고 말았다.

합병 이후 첫 평가에서 고객만족도가 작년에 비해 6점이나 떨어진 것은 한국씨티은행(69점)의 노사갈등이 고객들에게 어떻게 비춰졌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다.

실제로 통합 이후 노조와의 갈등을 겪으며 전산사고 또한 잦아 고객들의 항의를 샀다.

지난 10월 10일에는 씨티은행의 인터넷뱅킹 사이트에서 접속 오류가 발생하면서 일부 고객의 실명과 신용카드 사용내역, 사용가능 잔액 등이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해 충격을 줬고, 11월 3일에는 은행 전산시스템에 오류가 발생, 신용카드 고객에게 잘못된 전자우편 명세서가 발송되는 일이 벌어졌다.

뿐만 아니라 옛 한미은행과 씨티은행 서울지점의 통합을 이유로 고객의사 확인과 충분한 설명 없이 신용카드 교체 발급을 요구한 일이 발생,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그러나 고객 정보 유출이라는 엄청난 사고에도 당시 씨티은행은 "보안장비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생긴 오류였다"면서 "정보가 노출된 고객에게 피해 여부를 확인한 결과 피해 사례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잇따르는 사고에 따라 고객의 믿음이 무너진 것 뿐 아니라 실적, 당기 순익 등에 있어서도 저조한 모습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하루에 700~800건에 달하던 신규 대출은 노조가 대출영업을 거부한 11월 1일부터 23일까지 하루 평균 신규 대출은 32건에 그쳤다.

1분기 당기순익 또한 1344억원, 2분기 1236억원, 3분기 1145억원등으로 분기마다 100여억원씩 당기순익이 줄어들었다.

올 들어 9월까지 총자산대비 이익률이 0.73%로 자산 10조원이 넘는 11개 은행 중에서 10번째였다.

금융권에서는 이처럼 한국씨티은행의 풀리지 않는 노사대립과 그에 따른 손실에 대해 '현지화 전략 실패'를 주 원인으로 꼽고 있다.

회사 내 영어 사용과 미국식 경영방식, 현지 사정을 무시하는 경영 행태가 노조는 물론 금융권 전체의 눈총을 산 것이다.

국내 여러 은행이 외환위기 이후 인수·합병에 의해 통합과정을 밟아 왔지만 한국씨티은행처럼 심각한 갈등 양상을 보인 곳은 없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씨티은행의 한미노조 위원장과 스티븐 롱 씨티그룹 국제 담당 대표가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향후 노사갈등 해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노조 위원장은 이날 면담에서 매트릭스 조직의 문제점, 각종 차별적인 제도 철폐, 외국인 경영진의 단기업적주의의 부작용, 독립경영의 필요성 등을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롱 대표는 이 자리에서 통합 과정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것을 인지하고 있고, 노사 관계 개선이 한국씨티은행의 시급한 과제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한국씨티은행 홍보실 관계자는 "노조측과 롱 대표가 만났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 며 "만남을 가졌다는 말을 들어본 적도 없고, 무슨 얘기를 했는지도 모른다" 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는 노조 측에서 일체의 말을 꺼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며 "그러나 하영구 행장이 '대화를 통해 모든 문제를 풀어가겠다'고 한 만큼, 차후 노조와의 대화가 진행될 것이다" 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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