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재원 '에너지, 정보통신', 최신원-창원 '화학, 생명공학'
<SK,"10년~20년 후는 글쎄,지금은 SK케미칼, SKC 분가해도 득 없어">최근 최창원 SK케미칼 부사장이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워커힐호텔 지분을 전량 매각해 눈길을 끌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 부사장은 워커힐호텔 지분 2.23%(17만 8천700주)를 주당 4만 1천341원에 모두 매각했다. 액수로 환산하면 73억 8천700만원에 달한다.
최 부사장이 지분을 매각한 것을 두고 재계에서는 두 가지 추측이 나돌고 있다.
단순히 자금이 필요해서 지분을 매각했을 가능성과 함께 이것이 SK그룹 분가설과 관련됐다는 것이다.
SK그룹에서는 이것이 개인적으로 자금이 필요해 매각한 것이라며 중요한 의미를 두지 않고 있지만, 재계의 추측은 후자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는 공교롭게도 최 부사장이 매각한 지분을 사촌 형제이자 최태원 그룹 회장의 친동생인 최재원 SK E&S 부회장이 절반 가량 매입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올 해 들어 SK케미칼과 SKC가 핵심사업 위주로 조직을 개편하고 역량강화에 나서며 분가설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SK 관계자는 "개인의 속사정이야 확실히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룹에서는 최창원 부사장이 개인적으로 자금이 필요해서 매각한 것으로 알고 있다" 고 말했다.
또 "재채기만 한번 해도(누가 지분을 매각하고 매입한다는 얘기만 나와도) 무조건 분가와 연관시키려 한다" 며 늘 그래왔듯 분가설을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번 지분 변동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기도 했다.
현재 워커힐호텔은 최태원 회장이 지분 40.70%(325만 5598주)로 최대 주주이고,SK네트웍스가 9.68%(77만 4226주), 한국고등교육재단이 8.75%(69만 9718주),SKC가 7.50%(60만주) 등의 순이다.
여기에 최재원 부사장이 1.15%를 보탬으로써 최태원·재원 형제는 우호지분을 합쳐 59.3%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번 지분변동 규모는 미미하지만 사촌형제간 거래라는 점에서 계속해서 불거지고 있는 계열 분가설과 함께 주목을 받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것이 SK그룹의 경영구도가 최신원 SKC 회장과 최창원 형제의 화학·생명공학 부문, 최태원·재원 형제의 에너지·정보통신 부문으로 나눠질 것을 염두에 둔 일종의 '교통정리'가 아니겠냐고 본다.
더욱이 최창원 부사장이 최대 주주로 있는 SK케미칼이 지난달 22일 SK㈜ 보유지분 200만주를 처분해 이 회사에 대한 지분율을 0.83%(106만 5826주)로 낮춘 것도 이 같은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최태원 형제 '에너지,정보통신 VS 최신원 형제 '화학.생명과학'
사실 SK의 분가설은 그룹측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특히 지난해와 올 상반기 그룹 총수 일가간에 SK케미칼의 지분 변동이 있자 시장에서는 원래 창업자의 아들인 최신원 회장이 계열분리를 요구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 나왔다.
분가설의 요지는 최태원 회장측이 에너지·정보통신 사업을 최신원 회장이 화학·생명과학을 맡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창원 부사장이 개인 최대 주주인 SK케미칼은 최근 보유하고 있던 SK㈜ 지분 200만주를 매각하기도 했다.
SK그룹은 현재 최태원 SK(주)회장이 중심 축이다. 여기에 SK E&S(옛 엔론)를 맡고 있는 친동생 최재원 부회장이 있다.
또 다른 축은 최태원 회장의 사촌형제인 최신원 SKC회장, 최창원 SK케미칼 부사장이다.
소버린과의 분쟁을 일단락 짓고 지난 한해 활발한 대외활동을 벌이고 있는 최태원 회장 형제와 달리 최신원 회장 형제는 외부적으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지분확보와 사업재편, '선택과 집중'을 통한 역량강화 등을 내걸며 기업 다지기에 나서 계열분리를 위한 채비라는 관측이 이는 것이다.
SK케미칼은 정밀과학과 생명과학에 성장을 집중시키기로 하고 최근 석유 화학 부문을 떼어내 SK석유화학으로 출범시켰다.
또 SK제약, 바이오벤초인 인투젠을 합병해 생명과학 분야 투자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SK케미칼은 석유화학을 포함해 연관 업종에서 8개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SKC 역시 지난달 2차 전지사업부를 분사, SK모바일에너지(ME)로 출범시켰지만 최근 SK(주)가 이 사업을 담당하는 것으로 정리가 됐다.
대신 화학과 필름사업, 디스플레이 소재 등 전자정보소재에 집중키로 하고 비디오테이프, 광디스크 등 과거에 주력했던 아이템은 지난 1일 SK미디어로 분리했다.
이뿐이 아니다. 최근 SK그룹의 움직임 역시 분사와 합병을 통한 사업집중에 나서면서 그룹 내 소그룹 형태의 독립경영체제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 기정 사실이다.
재계는 이를 두고 SK그룹의 경영모토인 '따로 또 같이'를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 것이라는 시각이다.
그룹 내 소그룹은 업종별 지주회사로 봐도 무리가 없다.
그룹 전체의 지주회사격인 SK(주)를 중심으로 SK텔레콤(복합 통신사업), SK케미칼(정밀화학 및 생명과학), SKC(전자정보소재), SK E&S(도시가스)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 가운데 SKE&S는 국내 최초의 지주회사로 일찌감치 10개의 도시가스회사와 SK가스 등을 거느리며 독립적인 경영을 해오고 있다.
이 같은 독립경영 체제는 계열사별 독자생존 기반 마련을 통한 경쟁력 확보 차원도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순차적인 계열 분리와도 무관치 않다는 것이 재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SK그룹 '분가 아니라는 데 왜 자꾸'
그러나 SK그룹은 분가설에 대해 한결같이 부인하고 있다.
더욱이 그 구체적인 이유도 밝히고 있다.
SK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SK케미칼과 SKC는 LG, GS처럼 독자적으로 계열분리를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효과가 크지 않다" 는 것이다.
즉 SK케미칼 쪽에서는 민감한 얘기지만 회사의 규모가 계열분리를 할 만큼 크지 않아 득이 될 게 없다는 얘기다.
이어 이 관계자는 "SK케미칼이 (주)SK 와 사업적으로 완전히 갈라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고 설명했다.
화학과 정유는 어차피 서로 연관된 사업군이기 때문에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와 함께 SK측에서는 계열사에 대한 최신원 회장측의 지분 보유 비중이 낮기 때문에 계열 분리를 했다가는 경영권 유지가 힘들다는 것을 또 하나의 이유로 들고 있다.
실제로 SKC 최대 주주는 47%를 보유하고 있는 SK(주)회사다. 최신원 회장 지분은 0.3%에 불과하다.
때문에 최신원 회장 측도 "당장 계열분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양측 모두 장기적으로 분가 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SK그룹 관계자는 "10년 혹은 20년 후는 모르겠다" 며 "그렇나 현실적으로 가까운 몇 년 내에 분가를 하는 것은 힘들다고 본다" 고 설명했다.
최신원 회장 역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장은 힘들지만 때가 되면 내가 먼저 얘기를 꺼낼 것이다" 고 분가 가능성을 밝힌 바 있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과연 최태원, 최신원 두 사촌형제의 분가가 언제쯤이면 윤곽을 드러낼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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