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혈세로 살린 기업, 재벌이 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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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혈세로 살린 기업, 재벌이 꿀꺽?
  • 권민경 기자
  • 승인 2006.01.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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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급 매물, 업계 판도 바뀔 수 있어 눈독
전문가 '재벌위주 매각방식 우려, 분산화' 주장

[매일일보=권민경 기자] 연초부터 대우건설, 현대건설, LG 카드 등 대형급 M&A 로 인해 관련업계가 떠들썩하다.

모두 초대형 매물이기 때문에 누가 이를 인수하느냐에 따라 업게 판도가 바뀌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 대우건설
그런데 이들 매각 대상을 살펴보면 대부분 파산 직전 기업 회생을 위해 쏟아 부 은 공적자금으로 부활한 기업들이다.

다시 말해 몇 조원에 이르는 국민 혈세로 살려놓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근 이들 기업의 인수전 양상을 보면 또 다시 일부 재벌 기업들의 각축전이 되고 있다.

매각이 추진 중인 대다수 업체가 엄청난 국민 세금을 들여 구조조정을 마치고 업계 상위권의 실적을 내면서 알짜배기 회사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들의 매각 방식이 지금과 같은 몇몇 재벌 중심으로 독점되는 것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연말 경기대 신범철 교수는 'LG카드, 대우조선해양의 바람직한 매각과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공적자금 투입기업을 매각할 때 매각주체에 대한 매각 관련 책임시스템을 구축하고 일괄 매각이 아닌 단계적 매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정부 보유 지분의 일괄매각 방식은 법적 근거가 불분명하고 공정성, 투명성이 부족하다" 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이어 "일괄매각 방식은 인수자금의 규모가 커져 입찰 참여자를 대기업, 재벌 또는 외국투기자본으로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입찰자의 무리한 자금조달로 인수 후 기업 전체의 부채 증가와 기업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고 말했다.

이밖에도 일괄매각 방식은 정보의 폐쇄적 성격 때문에 매각과정이나 매각결정에 대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가 어려와 한화의 대한생명 특혜 헐값 매각 논란과 같은 의혹이 발생했으며 한국중공업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이해당사자인 종업원의 참여 배제로 노사갈등이 유발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3조5천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한생명은 한화그룹이 인수하는 과정에 있어 특혜논란이 일며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무수한 문제가 지적돼 왔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이미 충청은행과 한화종금의 부실을 초래한 재벌에게 3조원이 넘는 공적자금까지 투입된 대한생명을 넘기는 것은 부당하다" 고 강하게 주장했다.

지난 1962년 현대양행으로 출발한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은 이후 재무구조가 악화되면서 산업은행, 한국전력 등이 지분을 인수해 공기업으로 전환됐다.

그 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해마다 흑자를 실현하며 알짜 공기업으로 거듭났다.

그런데 2001년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정책에 따라 한국중공업은 엉뚱하게도 중공업과 무관한 두산그룹에 넘어갔다.

민영화 당시 재벌에게 회사가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거세게 일었지만 결국 재계 순위12 위의 두산그룹에게 인수된 것이다.

당시 한국 중공업은 부실 자산이 있긴 했지만 연말 순 자산이 1조6천억원에 달하는 우량기업이었다.

그런데 두산그룹은 이 회사의 지분36%를 겨우 3천억원 정도의 헐값에 매입했다.

더욱이 한국중공업 인수 이후 두산그룹은 재계 순위 8위로 껑충 덩치를 키웠으면서도 계열사 부당 지원이나 확장 등 돈벌이에만 급급하고 노동자들을 대량으로 해직시켰다는 비난을 샀다.

두산이 한국 중공업 인수 뒤 퇴직시킨 노동자는 1천200백여명으로 이로 인한 노사 갈등이 심각했다.

급기야 회사측으로부터 월급과 재산을 가압류 당한 배달호 노조위원장이 노조탄압에 항의하여 분신 자살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연초부터 벌어지고 있는 치열한 인수전 역시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외환위기 이후 공적자금으로 화려하게 부활한 대우건설 또한 대기업의 인수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금호아시아나그룹, 이수그룹, 유진기업, 삼천리 등 10여 개 이상의 대기업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특이한 것은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알여진 이들 기업 중 상당수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회사라는 것이다.

일부는 인척관계로 엮여 있기도 하고 또 과거 김 전 회장의 최측근 인사가 근무 중이거나 근무했던 기업도 포함돼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대우건설 인수에 김 전 회장의 비자금이 유입되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추측까지 일고 있는 상황이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947년 창업해 그룹의 기반을 닦았던 현대건설 역시 지난 2001년 경영부실로 인한 파산을 목전에 두고 있다가 공적자금으로 부활한 기업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과 순이익이 각각 2조9천억원과 2천200백억원, 시가 총액이 4조8천500백억원을 달성하는 등 국민 세금 투입 이후 급속히 제자리를 찾았다.

현재 매각을 위한 주주협의회가 구성되는 대로 곧 워크아웃 졸업을 선언한 예정.

그런데 이 현대건설 인수 의사에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든 곳이 다름 아닌 현대그룹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지난해 연말 사장단 회의에서 "현대건설을 되찾아 올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 고 한데 이어 지난 2일 시무식에서는 "현대그룹은 지난 47년 설립된 그룹의 모태인 현대건설을 중심으로 일찍이 해외시장을 개척해 국가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해온 저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하며 현대건설 인수 의사를 강력히 밝혔다.

물론 현대그룹은 최소한 2조5천억원 정도가 예상되는 인수 자금을 조달하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이는 차치하고라도 과거 재벌총수경영의 폐해를 드러내며 국민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줬던 현대그룹이 공적자금을 투입해 간신히 살려놓은 회사를 다시 가져가려 하자 업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LG카드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은 아니지만 산업은행 등 공공은행의 자금 수 조원이 투입됐다는 점에서 마찬가지다.

지난 2003년 신용대란과 함께 위기를 맞은 LG카드는 공공은행의 자금 투입과 뼈를 깎는 구조조정 끝에 이제는 순익 1조원, 시가총액 6조원대의 대형 기업으로 되살아났다.

그러자 금융권 M&A 시장에서 서로 군침을 흘리는 매물이 됐다.

현재 LG카드에 욕심을 내고 있는 금융기관은 우리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등 국내 금융기관은 물론, 씨티은행, HSBC, 메릴린치 등 외국계 금융기관까지 합세 금융권의 판도를 바꿀 핵으로 떠오른 상태다.

이처럼 1997년 IMF 이후 국민의 세금으로 어렵게 되살려 놓은 많은 기업들이 또 다시 재벌들의 인수 쟁탈전에 휘말리면서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들의 매각 방식이 지금과 같은 몇몇 재벌을 중심으로 독점되는 것" 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즉 국민 세금으로 살려낸 기업이니 만큼 매각과정에 있어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고, 또 매각주체를 다양화, 분산화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국회에 의한 감사, 감독 시스템 구축 등의 요구와, 일괄매각이 아닌 단계별 매각으로 높은 매각가격 달성" 등을 주장한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공적자금 투입 기업의 매각에서 중요한 것은 국민경제적 이익에 얼마나 부합하는가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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